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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Mar 15. 2016

모든 문을 닫으면 닫힘이 열린다

7 교토시 그 첫 밤 속에서


교토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 가모가와는

빠른 발걸음을 굴리며 흐르고 있었다.


낮은 채도의 도시에서 빛은 거둬지고 있었고

해는 아쉬운 분홍빛을 흘리며 끌려가듯 멀어졌다.


윤곽선만이 남아 흐르는 밤 교토 속

자전거의 속도를 따라 붙지못하던 내 몸은


시야를 뭉개고

소리를 흐리고

촉감을 그리워했다.


그렇게 모든 통신수단들을 잃어가자

새로운 감각이 고개를 드민다.


수신기관이나 전달기관 없이

색깔 찰흙을 뭉쳐가는 듯 덩어리진 감각들이

직구로 꽂혀 기억된다.


(일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평생 느끼지 못하겠지.

그들은 내 인식을 이상하다 할지몰라.

하지만 그들의 인식이 다수라고 하여 "정확"하고

내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누가 정의할 수 있을까.)


문득 얇은 기타소리가 내 청각을 두드린다.

이어 시야가 선명해진다.


얼마나 달렸을지 모르겠다.

몇개의 전철역 입구를 지나쳐 페달을 밟은 것 같다.


배가고프구나.

저녁을 먹자. 표지판은 "Gion" 이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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