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어요’
“나는 걸을 때도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꾸 나를 고개를 들게 하니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것 같고,자꾸 또 잘났다, 훌륭하다 막 지겹게 얘기를 하니까 내가 진짜 꼭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내가 더 화딱지가나! 더는 안 참고 싶어 진다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中
‘동백꽃 필 무렵’은 본방사수를 하며 열심히 챙겨봤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동백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용식’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혀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다.
재방송을 시청하는 그날의 나는 유독 기분이 처져 있었다.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맞나?’, ‘나는 잘해 나갈 수 있을까?’ 등등 코로나로 인해 한층 축 쳐져있던 내가 자신감까지 잃어 힘든 날이었다.
그런 와중에 동백이의 대사는 내 마음을 울렸다. 동백이에게 항상 ‘잘났다, 훌륭하다’라고 지겹게 얘기해주는 용식이. 그리고 나에게는 항상 그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
서로가 알게 된 지 햇수로 13년이 된 나의 친구이자 친한 동생인 B는 언제나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내가 어떤 중요한 일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의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언제나 내가 힘내어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다.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였을 때,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최고의 아군이라 할 수 있겠다.
겉으로는 항상 세상 밝은 척 가면을 쓰고 있지만, 마음이 울적하여 어딘가에 하소연을 하고 싶었던 그런 날이었다.
갑자기 카톡이 울렸고, B의 연락에 새삼 놀랐다.
한창 바쁠 시간일 텐데 어쩐 일이냐는 말에 갑자기 내가 떠올랐다는 B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가던 나는 어느샌가 또 용기를 받고 있었다.
“언니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가 있겠죠.”
“언니는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어요.”
내가 힘들어하는 이 상황들이 충고나 조언을 얻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B는 언제나 그렇게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그녀의 말 중에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 하나 있다.
바로 “그럴 수 있어요.”이다.
대부분 나의 주변 사람들은 충고나 조언, 또는 ‘걱정하지 마’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었다.
그 말들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때론 힘들고 싶어서 힘들어하는 상황이 아닌데 그런 충고들을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더 기운이 빠졌다.
나도 모르게 삐딱이처럼 삐딱해져 버리는 때였던 것이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날 따라오는 생각은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럴 수 있어요.”라는 말은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평범한 현상이라는 말처럼 들려 위로가 된다.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한 그 말이 그 어떤 말 보다도 날 공감해주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