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게 된 그곳
그때,
알게 되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당신과의 첫 만남은 그 벤치에서였다.
서로의 친구를 기다리던 당신과 나는 그 벤치에 앉지도 못하고 서로의 눈치를 보며 서성였다.
그리고 그 벤치에 먼저 가방을 내려놓은 당신을 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각자의 친구가 오자 그렇게 그 벤치를 떠났던 우리는 교양 수업 강의실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당신을 바라보았고, 당신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부터였다.
왠지 마음속으로 당신과 친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과 내가 만날 기회는 오직 교양 수업 하나일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벤치로만 가면 당신을 만났다.
처음으로 인사를 건네었던 건 당신이었다.
잦은 만남을 의식한 인사였던 것 같다.
아니면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간이 날 때면 그 벤치로 갔다.
그리고 그 벤치에 가면 어떤 날은 당신이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내가 앉아있노라면 당신이 왔다.
우리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벤치에서 만났고, 그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우리는 번호를 교환하였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벤치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따로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끌리듯 그곳에 가면 당신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날도 난 그 벤치에 가면 당신을 만날 것 같았다.
약속하지 않은 당신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날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을까,
당신이 앉아있는 벤치 주변의 나무들이 푸르렀기 때문일까?
알게 되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 Serenity Jelly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