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WAY
순간 설레었지만
당신과의 선은 내가 그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났고, 친구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날도 당신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당신의 눈은 나에게서 떠날 줄 모르더라.
다음 수업으로 이동하는 다른 친구들을 제외하고 나와 둘만 남은 당신은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입을 떼기만 하면 다시 나에게 집중하는 당신이 너무 신기했다.
"신기해."
"뭐가?"
"내가 입만 열면 나한테 집중하는 게 느껴지거든. 나 선생님 해야 할까?"
무심코 던진 나의 말에 미소 짓던 당신은 수줍은 듯 이야기했다.
"네가 이야기할 때면 주변에 다른 소리가 안 들려. 네 말만 들려."
당신의 따스한 말과 표정이 진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빤히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애써 피하던 당신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당신의 행동에, 당신의 말에, 당신의 표정에
순간 설레었지만 당신과의 선은 내가 그었다.
받아줄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외사랑을 외면했다.
언제나 당신의 시선이 나를 쫓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몰랐다고 하기에는 언제나 나만 바라보던 당신이었다.
그러나 따스한 당신에게 내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닌 '우정'이었다.
당신이 나를 바라만 보듯, 그때의 나는 당신이 아닌 다른 이를 바라만 보던 때였다.
나를 바라만 보던 당신이 다른 이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내가 뒤돌아 당신을 바라보니 당신의 뒷모습만 보이더라.
그래도 참 다행이었다.
당신이 더 이상 바라만 보지 않고 다른 이와 마주하게 되었기에 말이다.
Gratisography 님의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