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했던 당신이 반가워서
당신과 마주 앉은 나는 고요했지만, 한편으로는 요동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비를 피해 어디론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카페 문이 열리고 당신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한 당신이기에 당황스러웠는데, 눈이 마주치자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신은 신기하고도 반갑다는 듯 나에게 다가왔고, 난 그런 당신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반가운 척을 해야 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온 카페에 내가 있으니 당신은 반가웠다고 이야기하며 나와 마주한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잘 지냈냐는 당신의 질문에 나는 웃으며 잘 지냈다고 했다. 당신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희미하게 웃으며 잘 지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에게 그녀가 생기기 전까지 당신과 나는 공통점이 많아 많은 것들을 공유했었다. 당신의 그녀가 여자 사람 친구를 멀리했으면 한다는 말에 내가 먼저 뒷걸음질 치듯 당신과 멀어졌다. 당신도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그렇게 나에게서 멀어져 갔었다.
사실 난, 당신에게 나의 마음을 들킬까 봐 멀어졌다. 당신의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아서 당신에게서 멀어져 갔다.
오랜만에 보는 당신인데 심장이 두근거림은 당신을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긴장되어서라 생각하며 나를 달래었다. 나의 얼굴이 달아오른 것은 습하고 더워진 실내 공기 탓이라며 나를 달래었다.
이렇게 당신을 마주할 줄 알았더라면 조금은 옷이라도 갖춰 입었어야 했는데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당신과 마주 앉은 나는 고요했지만, 한편으로는 요동치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지만 물을 수 없음이 아쉬웠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당신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당신을 만났던 것이 꿈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휴대폰에 남겨진 당신의 새로운 전화번호는 우리 만남이 실제임을 알려주었다. 만나서 반가웠다는, 다음에는 함께 식사를 하자는 당신의 문자가 나만 반가웠음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늦은 밤 홀로 당신의 문자를 다시 보며 심장이 두근 거림은 여전했던 당신의 모습이 반가워서,
당신과의 대화를 곱씹으며 잠을 이루지 못함은 그 시간이 좋았었기 때문이다.
mâide 님의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