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서한 Dec 22. 2023

학부모 참여수업에는 꾸안꾸?!


이 학교는 도대체 왜 이렇게 학부모 참여수업이 많은지 딸이 2학년이 되고 학교를 벌써 4번째 갔다.

엄마는 안 와?

엄마는 왜 못 와?

엄마 이번에 올 거지?

몇 시에 올 거야?

다음 주 월요일에 오는 거 알지?

온다고 하고 안 오는 거 아니지?  

내 딸이지만 누구를 닮아 이렇게 집요한지

분명 나는 아니고 지 아빠를 닮아서 그럴 거다. 딸이 1학년일 때는 마스크를 방패 삼아 학교에 가도 말도 별로 하지 않고 마스크 너머로 눈만 깜빡이다 오면 되는 거였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면 담임들이 누구 어머님이신지 얼마나 닮았는지 한번 볼까요? 이러면서 마스크를 벗으란다. 

너무 부담스럽다.

어떤 엄마는 꽃분홍 틴트를 발랐는데 선생님이 "어머나  어머님 입술에 봄이 왔네요" 이래서 모든 엄마들이 그 엄마 입술만 3초 넘게 바라본 거 같다. 내가 다 숨고 싶었다. 

그 엄마는 학교 갈 때 다시는 꽃분홍을 안 바르기로 했다.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하니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너무 꾸질꾸질하게도 가면 안 된다.

자 생각을 해보자. 최대한 꾸안꾸로 착장을 하려면 뭘 입어야 할까? 어떤 엄마는 참여수업 이틀전에 그날 입을 재킷을 사러 백화점에 간다고 했다. 

나는 뭘입지? 참으로 고민스럽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오는 엄마도 있고, 뭘 입어도 예쁜 서른 살 엄마도 있으니 옷으로는 뭘 하든 꾸며도 꾸며도 꾸미지 않은 듯 꾸꾸꾸 엄마가 될 거다...

그럼 나는...'옷은 됐고 생기 있는 피부 표현으로 가보자 '로 결심했다. 

수업 당일 요즘 유행한다는 스파츌라 메이크업으로 최대한 투명하고 생기 있게 화장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옆에 스파츌라 메이크업 동영상을 틀어 놓고 시작 했다.

아... 그런데 내가 나를 너무 믿었나 보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었다. 나의 똥손을 잊은 것이다.

지금 11분 남았는데 화장을 다시 지울 수도 없고 어찌어찌 최대한 해보았다.

휴~ 겨우 끝났다.


엄마들 만나기 5분 전

어? 그런데 뭔가 잘못된 느낌

너무 하얗다....... 젠장....


그래도 내 딸은 "엄마 예뻐 오늘 엄마가 제일 이쁠 거야" 라고 해주겠지? 딸에게 위로받을까 싶어 답정너로 물었다

"딸~! 엄마 얼굴 너무 하얘?"


딸이 말했다.

"음....... 뭐랄까 아직 오븐에 들어가지 못한 모닝빵 같다고 해야 할까?"


절망이다.

나는 결국 참여수업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오늘 우리 엄마가 제일 예뻤어라는 칭찬을...

그 한마디를 듣고 싶었다.

또르르...


매거진의 이전글 김도 다 같은 김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