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 39세. 해외 저널 첫 논문 게재.

학계로의 첫 발걸음

by Dr Kim

2017년 박사를 시작하고 나서 1년 동안은 정신과 상황이 온전하지 못하다 보니 연구 논문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아무런 실적 없이 1년을 보냈다. 물론 아무런 아이디어나 진척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2016년 가을에 학교로 온 이후에 가르쳤던 학생과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7년 겨울에 완성된 논문을 가지고 투고하려고 했지만 논문 수준이 낮아서 내려고 했던 곳에는 안될 것 같다고 하셔서, 조금 더 보강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8년 1월에 지도교수님이 연락을 와서 괜찮은 해외 학회를 추천해주셨다. 또한 논문을 Word가 아니라 LaTeX로 작업해라고 하셔서 LaTeX를 공부했다. 2월 말까지 투고하는 일정이었고, 열심히 수정해서 2월 말에 투고를 했다. 그리고 결과는 4월 12일 결과 메일을 받았다. Accept rate가 30%가 되는 Second Tier급 해외 학회였는데 뼈아프게 리젝(Reject)을 받았다. 리뷰어 3명으로부터 냉철한 리뷰를 받고 멘붕에 빠졌다. 분명 결과가 꽤 좋아서 괜찮을 것 같았는데, 영어 문장부터해서 논리적 흐름부터 해서, 과학적 학술 영어 논문으로는 꽤 부족한 상태였다.


학교에서는 1년 정도 열심히 강의한 덕에 학교에서 석탑강의상(학생 평가 상위 5%에게 주는 상)도 받았다. 그런데 연구 논문은 정말 어려웠다. 산업계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고, 컨설팅 때는 클라이언트로부터 피드백도 즉각 알 수 있었고 클라이언트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면 충분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논문의 경우에는 쓰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익명의 누군가에게 리뷰를 받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반년을 묵혀놨다가 결과가 너무 아쉬워서 2018년 여름에 다시 논문을 열어놓고 수정했다. 수정한 다음에 컨퍼런스가 아닌 해외 Elsevier 계열의 SCIE급 저널에 도전을 했다. 2018년 8월에 첫 투고를 했다.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저널 쪽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계속 Under Review 상태만 보였다. 약 4개월이 넘게 지나고 2019년 1월에 메일을 받았다. Major Revision이라는 메일이었다. 교수님께 여쭤보니 Major Revision은 보통 핵심 아이디어는 좋은데 논문으로써는 많이 수정을 해야 하는 결과라고 하셨다. 여기서 Reviewer 코멘트에 대해 정말 잘 대응하면 Accept 되고 그렇지 않으면 Reject이 된다고 했다.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꽤 직관적이어서 허점이 있었다. 한 달간 열심히 수정해서 2019년 2월 말에 재 투고했다. 그리고 3월 중순에 다시 메일을 받았다. Minor Revision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억셉된거나 다름없다는 말씀을 교수님이 해주셨다. 또 열심히 고쳐서 3월 말에 재 투고했다.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나서 봤더니 Review는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결과가 없다. 5월 말이 되어서야 Conditionally accepted라고 메일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문법을 한번 더 꼼꼼히 고치고 다시 투고하고 나서, 2019년 7월 말이 되어서야 최종적으로 Accept 메일을 받았다. 최초 투고부터 최종 Accept까지 약 1년이 걸린 것이다. 나름 SCIE급 저널에 IF가 2가 넘는 좋은 저널이라서 더욱 기쁘고 뿌듯했다.

첫논문억셉.png 2019년 7월 첫 Accept 메일 (R3는 Round 3까지 같다는 의미다)

정말 첫 SCIE 논문은 2016년 겨울에 생각한 아이디어로 2017년 짬짬이 개발하고 연구한 결과를 2017년 말에 해외 학회에 투고했는데 떨어지고, 다시 2018년 여름에 해외 저널에 투고해서 3번의 수정 끝에 2019년 여름에 최종 억셉될 수 있었다. 첫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했을 때부터 최종 Accept까지는 거의 3년 가까이 걸렸다. 정말 오래 걸렸지만, 처음 해외 유명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후에 작업하는 논문부터는 훨씬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박사를 졸업하려면 최소한 SCIE 2편은 써야지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동시에 2편 정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39살 가을에도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적인 아픔이 있었으나, 이건 별도의 글로 남겨야 할 듯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