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밤 Jan 14. 2024

삶이 머무르는 곳

<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 >

정말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콜라주와 판화법을 사용한 그림이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적이면서 몽환적인 그림책.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

글그림 브리타 테켄트럽

길벗어린이


언제나 한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그네’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그네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 그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어요.”     


“ 바다 바로 앞에서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와서 여기 앉으라고요.


  그네는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자리였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자리였어요. ”   

  

“ 모든 것이 시작되는 자리...

  그리고 끝나는 자리였어요. ”

   

오래전 저는 강원도 동해에 

살았습니다. 

    

당시 네다섯 살이었던 아이는 

망상 해수욕장에서

도넛에 묻은 설탕 가루처럼

온몸을 모래밭에 굴려 가며 놀았지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나무 그네가 

바닷가에 서너 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젊은 커플이

때로는 노부부가,

때로는 엄마와 아들인 저희가 

나무그네에 머물렀지요.


그러니 그림책 속 그네처럼

망상 앞바다의 나무그네도

수많은 서사를 품고 있지 않았을까요.


당시 네닷설이었던 아이는 

그네를 밀어주던 저에게 늘 말했지요.


"엄마! 더 멀리~ 더 세게~ 더 더~더~"

"와!! 이제 구름 위로 날아갑니다~

더 세게!! 더 세게!! 

자! 이제 우주까지 날아갑니다~! "

     

"겨울이면 

 한밤중에 별이 아주 잘 보였어요"    


그 시절 아이는 밤만 되면

폭죽을 터뜨리고 싶다며 졸라댔지요.

매번 사는 것도 힘들어 에라~

종류별로 폭죽을 

박스 채 주문했습니다.  ^^;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은냥 신나 하며


매일 밤 바닷가에 나가 

밤하늘에 수를 놓았지요.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 

아이가 수놓은 별까지

아직도 그 밤하늘을 잊지 못합니다. :)


다칠까 늘 조마조마했던 

엄마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신이 나 

막대 폭죽, 스파클라 등을 터뜨리며

꺅꺅~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고


다 터뜨린 막대 폭죽은 

어느새 골프채로 변신해

해변가에 떨어져 있던 솔방울을 

골프공 삼아 휘두르기까지..   

   

어느 날 아이는 말했습니다.


"엄마, 

나는 서울도 좋지만 동해가 너무 좋아.

나는 갈매기가 되어서 

동해 집에 한 번 날아왔다가

다시 서울 집으로 날아가고

다시 동해집으로 날아오고

그렇게 왔다 ~ 갔다 하면서 살 거야"

"폭풍은 이틀 내내 계속됐어요.

마침내 먹구름은 물러갔지만

그네는 예전 같지 않았어요. "


아이는 커 가고

계절은 차례차례 오고 갑니다.    

 

그림책 속 그네는

계절이 차례차례 오고 가는 동안

낡고 병들고

수풀에 뒤 덮인 채 

점점 잊혀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그네를 타며 자란 누군가

이제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옵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곳으로 돌아와

그네를 뒤덮은 풀을 치우고

색칠합니다.

  

" 마침내 그네는 예전처럼

  멋진 모습을 되찾았어요"


"그네는 

 아직도 거기 있어요

 바다 바로 앞에요.

 그러고는 와서 앉으라고 

 사람들을 초대하지요"  




아마 아이와 함께 갔던 

망상 앞바다의 나무 그네는

사라졌을지, 

아직 그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네를 타며 

우주까지 날아간다고 환호했던

그 시절의 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내 고향은 강원도 동해라고 외쳤던

그 시절의 아이는 없지만

열여덟 살이 된 아이는 얘기합니다.     


나, 정말 잘 놀면서 컸다고.....

걱정 없이 살았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고....   

  

아이의 삶이 머무는 자리는 

아마 동해 망상 앞바다가 아닐까요.

          



그네는...

앞으로 진행하려면 

다시 뒤로 물러나고,

뒤로 밀리려 하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반복합니다.      


그네를 타며 살아가는 우리는

이 세상과 저 세상,

현실과 꿈 사이를 넘나들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

    

우리의 삶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어려움에 부딪히고

뒤로 물러서려 하면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곤 합니다.

   

아마 그네를 타며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아이는

누군가의 밀어주는 손길로

앞으로 쉽게 멀리 날아오를 수 있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발구르기를 

열심히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힘이 들 것입니다.

  

때로는 열심히 발을 구르는 만큼 

높이 날아오르지 못할 때도 있겠지만 

    

그 시절 망상 앞바다의 그네를 떠올리며

어린 시절이 힘이 되어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그림책 속 남자처럼  

어른이 되어 

낡고 수풀에 뒤 덮인 

그네의 멋짐 모습을 살려주기를..


그리하여 언젠가

나의 아들의 아들이 

그네에서 뛰어내릴 때면

언제나 잡아주는 

팔이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삶이 머무는 그곳은

모든 일이 시작되고

끝나는 자리로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오늘은 당신에게 묻습니다. 

    

삶이 머무는 자리인 

 당신만의 그네는 

 어디인가요? "     

작가의 이전글 겨울 바다가 생각나는 오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