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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Jul 07. 2023

매일 아침 만나러 갑니다.

 ♬ 매일 아침 7시 매일 정신이 없지 그럴 땐 들어봐~


 아침 7시 라디오가 자동 재생된다. 몸은 이미 깨어있지만 정신적으로 본격적인 아침의 시작을 맞이한다.

이제 아이들이 먹을 아침을 준비하고 얼른 학교와 유치원으로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

하려고 냉장고 문을 연다. 사실 아이들이 요리를 해 줘도 아침을 잘 먹지 않아서 남기고 가거나 안 먹을 때는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침을 준비할 때 기운이 나지 않는 날이 많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밝고 경쾌한 그의 음성은 걱정을 날려버리고 나의 텐션을 마구 치솟게 만든다.  

  사연을 보내는 청취자들과 바쁜 아침을 같이 보낸다는 동질감도 들어 덩달아 행동이 빨라지며 마음이 흐믓하다. 아침 라디오의 매력은 그런 게 아닐까.


 아이들도 언젠가부터 라디오가 흐르지 않는 적막이 감도는 평일 아침을 어색해한다. 라디오를 틀어 놓으면 잘 모르는 로고송을 따라부르며 춤추기도 하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등교 준비를 한다. 아침을 먹을 시간쯤이면 라디오 코너 중 뉴스가 나오는데 아이들도 이때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서 아침을 먹는다. 나도 몸은 분주히 움직이지만 귀는 따끈한 새로운 소식에 열려있다.




 아침 라디오의 디제이는 아주 멋진 사람이다. 때로는 평범하고 때로는 비범한 매력이 아주 돋보이는 사람이다. 청취자의 사연을 읽으면서 자신의 환경과 비교하며 공감도 많이 해주고 아낌없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의 모습 중 가장 본받고 싶은 부분은 항상 무엇이든 배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 정도의 위치면 쉬이 쉴 법도 한데 그는 항상 무언가를 찾아내고 발견하고 기뻐한다. 그의 활동이나 책을 보면 그의 열정과 삶에 대한 적극성이 무척 멋있다. 내가 만약 솔로로 살았다면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난 그 분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있다. 그래서 더 그를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라디오를 챙겨 듣는다.




 한때는 아침에 영어노래를 재생해 주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램에서였다. 원하는 챈트를 열심히 재생시키며 아이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이렇게 열심히 틀어주는데 너희들은 조금이라도 영어에 친숙해져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가 가득 들어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부작용은 내가 정말 힘들었다는 것이다. 아침이 깨어나지 않는 기분. 매일이 똑같은 기분. 반복되는 노랫소리에 아이들의 산만함까지 더해져 내가 백기를 들고 말았다.


 결국 참지 못한 나는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를 튼 순간 내가 아는 노래가 나왔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영어노래를 틀어 주는게 좋을 것이다. 분명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에 지금도 고민이 된다.

하지만 엄마가 즐거워야 너희들을 즐겁게 대하고 모두가 즐거운 아침이 되지 않겠냐는 나만의 고집을 부려본다.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기분이 느껴져서 정말 행복하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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