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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Mar 08. 2022

난임을 받아들이기까지

난소 기능 저하로 난임 판정을 받고 수많은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내 몸이 원망스럽다'였다. 왜 주변 친구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덜컥 해 결혼을 서두르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던 친구들의 아기는 벌써 돌이 되어가는데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인스타에는 매일매일 친구들의 육아일기가 업데이트되던 때였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났다. 임신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30살에 결혼하고,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임신 준비를 시작한 우리 부부였다. 도대체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의 가까운 주변에는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한 쌍도 없었기에 더욱 황망했다. 위로나 공감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고, 심지어는 내가 결함이 있다는 생각에 주변에게 알리는 것조차 꺼려졌다. 


난소 기능 저하는 특별히 이렇다 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는 말에 더욱 답답했다. 이유를 찾아도 없으니,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모두 후회로 다가왔다. 공부한다고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걸까? 피곤하다고 달달한 아이스커피를 달고 살아서 그런 걸까? 일이 힘들다고 운동은 미루고 침대에 누워있길 좋아해서 그런 걸까? 건강한 야채 과일 대신 케이크와 빵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 나의 지난날의 행동들이 모두 자책이라는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이 모든 자책과 함께 2년간의 임신 실패 기간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임신 준비를 해본 모든 부부들은 공감할 것이다. 여자의 몸은 한 달의 사이클로 돌아간다. 임신을 준비하기 전에는 여자의 한 달이 생리기간과 아닌 기간으로 나뉜다. 하지만 임신 준비를 시작한 부부에게는 배란기-착상기-임테기 기간-생리-배란일 테스트 기간 이렇게 기간이 더 세분화된다. 각 기간 동안 생체리듬뿐만 아니라 감정, 생활 반경 등 많은 것들이 함께 오르락내리락한다. 배란일이 되면 숙제해야 하는데, 착상기에는 혹시나 이것 때문에 착상이 안되지는 않을까, 테스트기 할 수 있는 날짜가 왔네, 혹시 이번에는 임신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부터 이번에도 아니네 실망까지. 물론 백신 접종이나 복용하는 약 때문에 몇 달씩 쉴 때도 있었지만 근 2년 동안 한 달의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며 마음이 무척 지칠 때도 많았다. '몸이 따뜻해야 생겨', '**이 임신에 좋다더라'하는 말부터 '아직도 소식 없어?' '아기는 하나 낳아야지'하는 시댁 친척분들의 관심까지. 임신은 안되면 안 될수록 나를 더욱더 사소한 것에도 신경 쓰고, 사소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근 2년간 임신 준비 기간 동안 왜 난임 병원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임신이 안돼 속상해하면서도 난임 병원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부부 모두 나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난임 병원에 검사받으러 간다고 했을 때, 굉장히 의아해했던 주변의 반응처럼. 그리고 주변에 난임 병원을 갔다는 친구들도 없었기에 더더욱 생각 자체를 못했던 것 같다. 거기에다 설마 한 스푼, 약간의 거부감 한 스푼. 그렇게 한 달만 더 한 달만 더 하다가 우리는 결혼한 지 딱 2년이 된 11월에 난임 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지금 와서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 말해 무엇하리. 그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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