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평선 틀기 Oct 24. 2023

반짝!

떨림은 늘 나를 움직이게 한다. 조금이라도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다면, 내 마음 속 필라멘트는 보드랍게 떨리다 그린라이트를 반짝, 켜 준다.


삶 구석구석에 떨릴 일이 참 많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 신고 갈 새 구두도, 저녁에 배달시킬 떡볶이도, 내일 만날 사람의 다정한 말과 눈빛도, 내 심장 박동을 높인다. 물론 다른 결의 떨림도 있다. 크게 기대하는 프로젝트가 성사될지 안 될지 고민하는 시간들, 혹여 사람들 앞에서 실수할까 계속 던져가는 눈치들, 혹은 한치 앞을 모르겠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조금은 힘겨운 떨림도 내 삶을 채운다.


하지만 긴장하는 만큼 인생은 조금 더 재미있어진다. 필라멘트가 끊겨 고장난 전구 앞에서 일말의 빛도 보지 못하기 보단, 레드라이트를 마주하는 편이 낫겠다. 그리고 언젠간 필라멘트가 떨리다 그린라이트가 켜질 것이라는 희망을 마음 속에 감히 품어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힘겨운 떨림도 계속 사랑해보고 싶다.


인생의 낙은 수많은 떨림이 채우고 있다. 때로는 넘치게 설레기도, 때로는 두렵도록 힘겨운 떨림, 그게 없다면 내 가슴은 두근거릴 일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떨림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김 모 씨 덕질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