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단단해지는 법
“응원합니다.”
“그리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길거에요.”
오늘 처음 만난 할머니께 들은 말이다.
3년만에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백수가 되니 4박5일이나 되는 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여행 둘째날, 늦은 오후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차방에 방문했다. 일반적인 찻집이 아니라, 할머니가 개인 집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할머니는 새하얀 단발머리에,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눈가 웃음이 매력적인 분이셨다.
평소 따뜻한 차를 우려마시는 일이 번거롭고, 귀찮았던 나는 누가 우려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평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시는데, 앞으로 따뜻한 차도 많이 마셔야겠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지금 어떤일하세요?’라고 물으셨다. 직장다닐때 작은 텀블러를 챙겨다니라고 하실의도로 물은 질문이셨다.
‘저..저는 영어강사로 일하다가 올해 6월에 아나운서준비를 하려고 퇴사했고, 지금은 백수입니다.’
얼떨결에 내가 백수라는 사실, 아나운서를 꿈꾸고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너무 좋네요. 목소리가 고우셔서. 응원합니다.’라고 하셨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산 경험 때문인지, 할머니는 40세 이전까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고 잘 맞는지에 치열하게 시간을 쓰고 보내라고 하셨다.
40살이요?? 속으로는 40세는 너무 늦은 나이 아닐까? 하는 편견의 잣대가 떠올랐지만, 이내 이해가 갔다. 할머니가 사신 세월을 생각했을때, 스물 여덟의 나이는 얼마나 어리고 젊을까? 할머니의 인자함과 연륜때문인지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이야기를 속편히 털어놓게 되었다.
퇴사하고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점’이었다.
부모님과 독립해 혼자산지 이제 6개월차인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혼자보내는 시간이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가뜩이나 준비과정이 쉽지 않은데 기댈 곳 조차 없다는 느낌이드니,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로 들어가서 준비를 해야하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할머니는 독립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축하해주셨다. 앞으로를 위해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몇달 전 혼자서 걷기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다. 80세가 넘으신 할머니가 혼자서 여행은 위험하지 않을까. 그리고 외롭진 않은가 하고 말이다.
자꾸 연습해 버릇해야한다. 루틴을 정해 놓으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어렵지 않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걷기, 그림그리기 등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을 권하셨다.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는 시간.
어쩌면 내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같다.
그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을 터득하게 되면,
어느새 더 단단해진 내모습을 발견하게 되겠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주저없이 내 꿈을 이야기해보는 것. 이 또한 홀로 단단해지는 과정 중 하나가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