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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Dec 20. 2024

여기 어때 친구야?!

팝업은 성수에서만 하는 거니?



우리가 만나지 못한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세고 싶지도 않아! 친구야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만나서 할 이야기는 쌓여가는데 너의 회복은 아직이라니 걱정도 되고 시간은 너무 빨리 가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방학이 정말 코 앞이 아니라 코 끝에 걸려버려서 마음이 급하다 못해서 애가 닳을 지경이란다. 춥고 분주한 가운데 너는 어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실시간으로 자꾸 물어보기 미안해서 혼자 끙끙대고 있다가 편지를 쓰고 있어. 너무 많이 추워진 날씨와 방학이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기에 우리의 예전 행복했던 시간을 다시 떠올려 봤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간만 나면 버스를 타고 서울을 나가는 나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동행을 해준 네 덕분이 우린 재미있는 곳에 다녀본 것 같아. 처음부터 그렇게 정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움직이는 동선에 너의 집이 가깝게 있었고 내가 가는 날이면 나를 만나러 일부러 나와주는 네가 너무 고마웠어. 나도 만나고 싶었지만 수시로 계획 없이 나가는 나에게 맞춰달라고 할 수 없으니 속으로만 수십 번 되묻곤 했었어. 그런데 내가 나간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나와서 손 흔들어주고 미소 지어주는 네가 얼마나 고맙던지. 항상 혼자 방황하던 나와 함께 해주어서 그 시간들이 너로 인해 풍성해지는 게 느껴졌어. 사진 속 우리는 학창 시절 그때처럼 미소가 가득한 즐거운 모습으로 꽉 차있었어. 가끔 꺼내보며 미소 짓는 거 몰랐지?


사실 팝업 스토어는 젊은 청년들 소위 MZ세대들의 유행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그 현장에 들어갈 줄이야! 성수라는 지역이 그렇게 유명해진 것도 신기하고 한 번 가려면 기본 2시간은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도 기를 쓰고 가고 있는 나도 신기했지.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한 번도 헛되지 않고 즐거웠던 건 너와 함께라서 더 그런 것 같아. 친구와 함께 새로운 유행에 발걸음을 같이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신이 나거든.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통된 취미가 있어서 인지 그런 쪽 팝업을 더 재미있어했던 것 같아. 팝업 전시를 구경하며 그런 시간 앞 뒤에 이어진 커피나 식사가 주던 즐거움까지 말해 뭐 하겠어. 내가 행복으로 가득했던 그 시간이 너에게도 그런 시간이었길 바래.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쌓여서 이제  얼마 안 남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꽉 채운 30년 친구로서의 시간들을 맞이하게 되잖아. 그 시간에 대한 기다림만으로도 신비로움과 설렘이 마구 뒤섞여 나도 모르게 혼자 막 신이 나 있던 거 있지?



이제는 길고 긴 아이들 방학이 다가와서 우리가 예전처럼 자유롭게 우리끼리 만나 신나게 놀러 다닐 수는 없어 아쉬워. 하지만 따뜻한 봄과 개학이 다가오면 조금 더 자란 아이들 덕에 우리가 더 여유 있게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땐 더 많은 팝업이 생기고 재미있는 일들이 성수에 더 많아질 것 같은 기대를 해보고 싶어. 동면을 하듯 웅크리고 기다리며 차곡차곡 우리의 시간들을 기다렸다 따뜻하게 터져 나오는 우리의 즐거움이 몇 배가 될 수 있길 기대하며 이번 방학을 잘 버텨보자!


친구야, 네가 항상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컨디션 얼른 회복해서 또 즐겁고 반가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다음엔 어떤 팝업을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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