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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_루(月 Lou) 9.

2025년 9월의 성찰 보고서

by Lou

9월 시작 전부터 계획은 원대했지만 생각보다 벌려놓은 일이 많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완료했지만 엉성하고 완성도가 낮아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가 불편한 상황이다. 생각이 너무 많다고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렇게 쉽게 바뀌겠나.


9월은 큰아들 중간고사도 있었고 아이가 코로나를 제외하고 6세부터 수학학원을 끊은 적이 없는데 중2 중간에 학원중단을 선언했다. 매일 바뀌는 방향과 수시로 변하는 기분을 엄마에게 쏟아야 하는 아이덕에 심신은 벼랑 끝에서 심해까지 떨어지면서 처박혀버렸다.


상실 없는 상실감으로 인해 온몸은 예민함의 가시로 뒤덮였다. 주변을 찌르는지도 모른 채 스스로의 고통에 취해있었다. 이제는 가시가 솜털이 되어 가벼워지고 싶다.





9월의 목표 & 성취한 일

-목표
1. 새로 시작한 가을 시 브런치
2. 건강을 위한 내 몸에 대한 배려
3. 계획만 아닌 실천하기

-성취한 일
1. 가을 시 브런치 밀리지 않고 발행
2. 허리 치료와 관리로 무사한 일상
3. 9월에 써야 하는 글 30일 11시 59분까지 완료


계절 시를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시를 쓰고 싶었고 브런치북을 채우고 싶었다. 시작의 계절이 봄이었다.


나의 봄이 10개가 채워질 무렵 뜨거운 공기가 불어왔고 여름 시를 쓰고 싶어 졌다. 그렇게 원하는 일에서 계획이 되는 일이 된 계절을 담은 시 쓰기. 가을 시까지 무난히 쓸 수 있어 감사하다.



회복되기 힘들어 보이던 허리는 치료 없이 잘 견뎌줘서 다행스럽고 고맙다. 조금씩 허리에 좋은 운동을 해서 그만 아파야지 결심해 보는 가을이다.


1일이 되면 수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20일이 넘어가면 성과 없는 초조함으로 스스로는 괴롭히는 일상의 반복. 9월은 그중 최고를 경신했다. 30일 11시 59분에 블로그 10개 발행한 글목록 리스트를 올리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9월의 아쉬웠던 부분

1. 벌려놓은 일이 많아 결과가 불만족
2. 독서량 감소


아이 방학을 벗어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다. 리스트도 늘어났지만 예상밖의 기회들도 다가와서 다 잡았다. 욕심을 계속 낸 것 같다. 성격상 내가 한다고 한 일을 기한안에 다 끝내야 하고 구멍이 나거나 안될 경우 스스로가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인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게으름덕인지 모든 일들이 마감기간 직전에서 시작했다.


무얼 하든 시작이 너무 길다. 스스로 개선이 필요한데 아직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할 일이 많아 서평신청도 적게 했는데 구입한 책도 대출한 책도 쌓여만 있다. 산처럼 쌓인 책들을 구분하고 읽고 정리해야는데 시간이 없다. 초단위로 움직이지만 분명 독서시간이 있는데 틈새시간 활용이 안 되는 기분이다.




9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
1. 새로운 분야 도전
2. 독서 분야의 확장
3. 주변인의 재정의

한 달 동안 4번의 수업과 3번의 글에 대해 합평을 했다. 처음 해본 합평이 재미있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내 글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다 의견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매주 조금씩 수정하는 글에 대해 발전이 보여 나름 뿌듯했었다. 마지막 선생님의 의견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의 지적과 내가 놓친 부분들이 많았다.


매주 저녁마다 가족들 저녁을 챙기고 집안일을 일다 해두고 헐레벌떡 다녀온 2시간의 수업이 아쉬웠지만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있어 감사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아직은 설레고 즐거워서 감사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환영해 주고 평가해 주고 의견을 나눠주는 분들이 있어 행복했다.


철학 책을 제외한 책을 많이 읽지 않았고 에세이나 소설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었다. 에세이는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보기 시작했지만 이번 달처럼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끊이지 않고 계속 읽은 적이 없었다. 중학교 시절 한창 소설에 빠져 매일 책을 들고 다녔었다. 회사에 들어가 퇴근을 교보문고로 했고 소설을 사서 읽는 즐거움으로 퇴근길이 어렵지 않았다. 이후 오랜 시간뒤에 다시 소설에 깊이 발을 담그게 될 줄 몰랐다. 10월에도 소설 읽기의 비중이 커질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무서워한다.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혼자 있는 게 편하다. 이중적인 태도에 스스로도 의아하다. 하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뛰어나가는 나를 보면 사람이 아직은 좋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유독 9월에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많이 느껴졌다. 누군가와는 좀 더 가까워졌고 누군가와는 없을 것 같은 거리도 생겼다. 항상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면 기대하는 마음이 커지나 보다.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은 몇 살이 돼야 끝나는 걸까. 내가 해야 할 일을 확장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재정의를 시작했다.





9월의 결산 (책, 문장, 음악/공연/전시/행사, 여행지, 음식)
1. 책
2. 독립서점 소모임
3. 북토크


서평 책은 꼭 읽고 싶은 것만 신청했고, 공진책 모임에서 같이 읽는 민음사 고전 외에 결이 비슷한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다. 추천받은 소설들이 좋아서 대출해서 읽다가 결국은 중고로 다 샀다. 내용보다는 책의 다양한 묘사와 표현을 계속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다. 책을 정리해야 하는데 자꾸 늘어나서 내 방이 책으로 뒤덮이고 있다. 정리가 필요한데 허리가 안 좋아지니 만사 귀찮긴 하다.


종종 가는 독립서점에서 9월에 흥미 있는 소모임을 자꾸 열었다. 기웃기웃 대다 오전 수업이 있어서 냉큼 신청했다. 2주에 한 번씩 2번 하는 사주+그림세러피 수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수업 내내 낯이 익은 선생님께 2번 수업 종료 후 "혹시.."하고 물었는데 역시나 작은 아이 친구의 엄마였다. 여기저기서 많이 만났던 사이였다. 아이들끼리는 여전히 같이 만나서 자주 놀아서 그 이야기로 또 한참을 웃었더랬다. 동네가 좁고 인연은 복잡하다.




9월의 마지막 주말은 북토크를 다니며 마무리했다. 토요일에 지관서가에서 열렸던 '곽아람 기자'의 북토 크는 한 달 전에 예약신청을 해둔 거라서 미리 남편에게 통보를 해두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일요일 저녁에 하는 북토 크는 9월 한 달 동안 글쓰기 수업을 해주신 선생님께서 하시는데도 일부러 북토크를 와주십사 이야기하셔 달려갔다. 멀쩡하던 아이들은 엄마 나갈 때만 되면 열이 나고 몸이 으슬거리고 아프다고 난리다. 옆에 있는 아빠랑 병원을 을가도 꼭 엄마를 찾아 전화를 해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보내주는 남편덕에 아이들 맡기고 두 번의 북토크를 잘 다녀왔다.


유명한 곽아람 기자님의 북토 크는 책을 만든 과정이 신선했다. 놀랍게도 나랑 동갑이란다. 부럽고 멋져 보였다. 일요일 북토 크는 독립서적의 단편소설 출간에 대한 작은 북토 크였다. 독립책방도 좋아하고 독립출판물도 구입해서 읽었지만 북토 크는 처음이었다. 소설을 쓰시는 분들 답게 이야기도 잘해주셨고, 미리 책을 사서 읽고 간 덕분에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더 와닿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니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배경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재미있는 느낌이다.






10월에 새롭게 시도(도전)하고 싶은 목표

1. 긴 추석 연휴 아이들과 독서량 늘리기
2. 쓰던 창작물들 정리 및 수정
3. 고민하던 북클럽 오픈


고대하던 10일의 추석이 코앞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여행도 없고, 아이들과 게임 전쟁을 해야 되지 미리 머리가 지끈거린다. 추석 전에 게임시간과 독서시간을 설정해 두고 시작해야겠다. 계획표를 짜야하는데 내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도 구상은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강압적인 게임시간 제재를 해야겠다.


일기 같은 내 이야기만 쓰다가 글쓰기의 장르가 자꾸 바뀌고 다양해져 간다. 자꾸 시도하고 도전하지만 미흡하다. 모자라도 자꾸 시도하는 건 하고 싶고 재미있어서다. 독자가 읽고 싶은 글, 독자가 사고 싶은 글을 써야 하는데 내가 쓰면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있으니 어쩌나 싶다. 그래도 매일 계속 써나가면 또 다른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하며 나가기로 했다.


새로운 글도 계속 쓰겠지만 기존에 써놨던 글들에 대한 수정이 좀 필요한 시점이다. 추석 동안 구상을 하고 추석 이후에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사 조금씩 글들을 바꿔보고 퇴고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좋기도 하지만 그 모임의 리더가 되는 건 쉽지 않다. 필사 모임을 시작했지만 멤버들이 알아서 잘하시기에 나는 내 필사만 하면서 매일 올려진 글만 확인한다. 그래서 적극적인 온라인 모임을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책을 고르는데 몇 달이 걸리고 또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감히 내가 가르치려 하지 말고 나도 읽고 싶었지만 처음 읽는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을 구상했는데 과연 참여자가 있을까 싶지만 시작은 해보려고 한다. 세부적인 계획은 어렵지만 큰 범위의 계획을 만들어 시작하려는 복클럽을 잘 오픈해서 운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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