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꿈에 한 발 다가섭니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만나다

by Lou


우주를 사랑하던 어린 소년이 있었다. 작은 눈을 반짝이며 몸만큼 커다란 책을 들고 앉아 작은 손으로 태양계 행성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던 아이. 클레이만 손에 쥐면 태양계 행성들을 만들어 놓고 설명하기 좋아하고 종이만 보면 온갖 행성들을 그려대던 아이가 어느덧 자라 수과학에 푹 빠져 천체물리학자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3세 에도, 5세 에도 우주를 사랑하고 꿈꾸던 아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잠이 쏟아지거나 생각이 막혀 버리는 순간이 온다. 커피로도 잠을 쫓아내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끔은 인스타를 켜서 새로운 피드를 구경하다 보면 서평단 신청 정보나 몰랐던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날도 우연히 보던 피드에서 큰 아이가 좋아하는 천문 정보를 알려주려 팔로우했던 한국천문연구원 인스타‘우주탐사 강연 프로그램’ 홍보가 눈에 들어왔다. 선착순 접수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앞도 뒤도 가리지 않고 총알처럼 신청부터 했다 아이가 좋아할 상상을 하면서. 남편에게는 이런 행사가 있어 신청했다는 정보만 사진으로 보내주고 당첨이 되면 무조건 가야 한다라고 못 박아 버렸다. 이제 당첨을 기다려 보자!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방학 특강까지 겹쳐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오는 아이. 방학이라도 쉬지 못하고 도서관과 학원을 다니느라 피곤한지 축 쳐져 돌아온 아이에게 행사의 내용을 보여주며 엄마가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고 아이의 반응을 기대하며 자랑했다. 예상처럼 아이의 표정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와 엄마최고! 역시 내 생각 알아주는 건 엄마뿐이라니까! 꼭 당첨돼서 가고 싶다.” 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 생각보다 신청 접수 마감이 금방 끝나 심장이 쫄깃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당첨 소식이 조금씩 머릿속에서 잊혀질 무렵 무심히 날아온 확정 문자 한 통! 쾌재를 불렀다. “아들아 대전 가자!“



<아이가 읽고 있던 이소연박사 책과 엄마가 싼 김밥 도시락>




아이의 흥분과 기쁨이 넘치는 그날이 왔다. 예정된 시간으로는 행사가 끝나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길 것 같고 아침 일찍 움직여서 대전까지 내려가야 해서 아이들이 배가 고플까 걱정이 앞선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서 도시락을 한가득 챙겼다. 아침 일찍 출발이지만 항상 기상 시간도 이르고 여행이 잦은 터라 아이들도 스스로 일찍 일어나 준비했기 수월하게 대전으로 출발! 아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리 사서 읽고 있던 이소연박사 저서를 손에 꼭 쥐고 천문연구원으로 가는 길 날씨도 쾌청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있던 행사장 외부와 내부 모습>


생각보다 아담하고 정감 있던 ‘한국천문연구원’ 건물에 들어서기 전부터 흥분한 아이들. 뭐가 그렇게 신난 건지 둘째까지 난리다. 도착하자 아이들이 긴 시간 배고프면 어쩌나 엄마의 걱정은 기우였다. 무료 강연에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는 우주사진 스티커와 브로마이드뿐 아니라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각종 간식과 음료, 초콜릿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름 일찍 출발해서 도착했기에 사람이 너무 없으면 어쩌지 생각하며 들어갔으나 이 또한 나의 착각. 이미 좌석의 반 이상 특히 가운데 좌석은 먼저 온 가족들로 꽉 차 있었다. 최대한 빈 앞자리 옆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는 예능프로 ‘알쓸인잡’으로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로 알게 된 ‘심채경 박사’가 마스크를 쓰고 진행 스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아본 몇몇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고. 아이도 나도 신기해서 눈길을 돌리며 어쩔 줄 모르는 사이 사라지셨다. 아쉬울 찰나에 보이는 처음 보는데도 익숙한 실루엣 ‘이소연 박사’였다. 심채경 박사님부터 흥분상태인 아이는 우주인이 왔다며 신이 나서 들고 온 책을 흔들며 입이 찢어진다. 아이는 실제 보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어쩔 줄 몰라했다.


<폴 윤 교수님의 신나는 강연>


행사에서 큰 강연은 두 분이 했는데 첫 강연은 NASA 앰버서더 ‘폴 윤’ 교수님이었다. 강단 위를 껑충 뛰어오르는 모습부터 심상치 않았던 교수님, 시종일관 밝고 신난 목소리로 강연을 하셔서 너무 즐겁게 들었던 건 ‘달과 화성탐사’에 대한 이야기. 나사에서 그동안 개발되었던 우주탐사선들.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나라들이 노력을 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다양한 탐사 로봇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를 끌었다. 화성 탐사에 쓰이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과 탐사 지역별 특징이 보이는 지도를 보며 설명을 들으니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신기했다. 중간중간 작은 목소리로 내게 아는 걸 이야기해 주는 아이도 눈이 반짝반짝. 세계에서 우주과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많은 이들에게 NASA가 아닐까? 현장에서 경험하고 본 일들을 실감 나게 이야기해 주셔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너무 재미있게 들었던 강의였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강연 모습>



드디어 우주복을 입고 강단에 선 ‘우주인 이소연 박사’. 우주인 탄생과정을 지켜봤던 부모들 세대에는 우주인 최종 결과나 이소연박사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편견을 주지 않고 아이들이 느끼는 있는 그대로의 우주이야기를 듣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당연히 우주인으로 생활했던 우주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게 강연의 메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깬 강연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엄마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물으며 강연의 포문을 연 이야기 속에는 엄마가 원하고 그려주는 미래가 아닌 소신껏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원하는 공부를 하든 자신의 미래에 필요한 일들을 찾아 노력하든 성공시켜 내가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놓았다


우주인이 되는 과정을 공중파에서 방송할 때만 해도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최종 1인을 선발하기 전에 각종 기사와 뉴스가 난리였지만 솔직히 누가 되던지 나랑은 관련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내 일을 해결하기도 바빴던 시기라 이런 서바이벌 방송도 있구나 정도였다. 이소연 박사는 강연을 시작하며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믿지 말라는 충격적 화두로 시작을 해 다들 놀랐지만 박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러했다.


마치 제가 태어날 때부터 우주인이 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살아왔고 제가 했던 모든 선택들이 우주인이 되기 위한 과정처럼 다양한 기사들이 나오더군요. 기사로 접하신 저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 믿지 않으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해야 했고 엄마와 지도 교수님의 반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제가 해야 하는 당시 공부와 연구들을 해나갔을 뿐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누구의 반대에도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며 소신대로 인생을 계획하고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언젠가 성공을 하는 순간이 오면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실타래처럼 엮여 마치 성공을 위해서 달려온 것처럼 이야기되더라고요. 방송과 언론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성공을 하면 내가 한 모든 실패나 선택이 성공을 위해 이루어진 일처럼 긍정적인 결과가 되어 돌아온다는 겁니다.


대학원 시절의 교수님과 전공 선택에 대한 어려운 일들 속에서 모든 과정이 선택의 연속이었고 불투명한 미래를 예감하며 진행하던 진학한 대학원 생활 속에서 도전했던 우주인 선발대회. 신청 과정과 진행과정,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누었던 이야기와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흡입력이 있는 이야기에 아이들도 부모들도 빠져들어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해야 한다 너는 좋아하는 게 뭐냐 뭘 하고 싶냐고 묻는 엄마의 말 한마디보다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좋아하는 사람의 한마다기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느꼈다. 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힘들어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다양한 질문과 친절한 답이 오갔던 Q&A 현장>



강연 내내 이소연 박사의 책을 들고 강연을 듣던 아이는 강연이 다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자 번개처럼 손을 들고 가장 먼저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사회자가 ‘강연 내내 이소연 박사님의 책을 들고 열심히 듣고 질문하는 학생! 질문이 뭔가요? “ 시선은 아이에게 집중되고 부끄러우면서도 너무 기쁜 아이는 당당하게 일어나 질문을 이어갔다.


”우주에서는 어떤 필기구를 사용하나요? “
유난히 필기구를 좋아해서 한창 다양한 샤프에 관심을 가지던 때였다. 속으로 ’무슨 저런 질문을 하나‘ 싶었지만 엄마의 착각.

”지구에서 쓰는 펜이 다 나오기는 합니다. 볼펜은 중력으로 잉크가 내려오기 때문에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모나미 볼펜을 가지고 가서 써보면 나왔다 안 나왔다 하면서 아주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임펜이나 사인펜, 매직 등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액체들의 응집력으로 잉크가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평소에 쓰던 젤펜도 가지고 가서 사용해 봤는데 문제없이 잘 사용했습니다. “

아이는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거봐 내 질문 괜찮았지?" 뿌듯해하며 처음으로 질문자에 뽑혔다는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사인받고 이소연박사와 사진찍는 아이들, 행사에서 받은 선물과 사인북, 심채경박사님 사인받으며 즐거운 아이>


아주 어린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질문들이나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재치 있게 답변하는 박사님 모습에 감동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한 분야에 큰 성공을 거두고 막히지 않는 강연을 멋지게 해내고 즐겁고 세세하게 답변을 하는 모습은 내가 이루고 싶었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강연이 끝나자 아이들이 마구 다가가 사인을 해달라는데도 친절히 웃으면서 한 명 한 명 사인을 정성스럽게 해 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강연이 끝난 뒤 천문연구원들이 건물 곳곳을 데리고 다니며 견학도 시켜주고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시설들을 설명해 주었다. 실제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설명을 듣는 동안 다시 만난 심채경박사님. 방해가 될까 싶어 아이가 조심히 다가가 사인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셔 아이는 미소가 만발했다.


아이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과 나아가는 길을 동행하며 조력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끊임없는 아이에 대한 관심과 관찰, 호기심을 자극하는 엄마의 다양한 노력이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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