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스케이트장 vs 실내 인라인스케이트장
방학이 아니라도 좋은 이벤트나 행사는 신청해서 참여시키는데 진심인 엄마 아빠. 예전부터 아이들 데리고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데려가서 스케이트 타게 해주고 싶다 노래하던 남편이 매번 뒤늦게 알아차려 예약마감에 좌절하곤 했는데 올해는 예약 시작 전에 정보를 알아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을 마쳐 뿌듯해 마지않는 모습이다. 미리 알면 호들갑에 난리법석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일단 비밀로 했다. 주말이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맛집도 찾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가족이지만 아이들의 과제나 숙제가 남아있으면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양가에서 종종 부르시니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다니느라 주말들을 다 써버리다 보니 어느덧 큰 아이 생일이 지난 1월 말에서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넉넉히 시간 여유를 두고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스케이트장이 넓어 보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빙판장까지 두 개의 장소를 마련해 두어 어린아이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보였다. 입장료 천 원을 내고 들어가면 스케이트 대여점이 있는데 필요한 사이즈를 말하면 바로 대여해준다. 헬멧은 중간중간 쌓여있는 것들 중에서 잘 골라 사용하고 다시 제자리로 반납하면 끝이다. 얼마나 저렴하고 간단한 절차로 손쉽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지 감탄에 마지않았다. 가까이 살면 더 자주 와서 즐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을 뒤로한 채 아빠와 아이들 셋은 빙판 위 고난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아파트로 도시가 가득하기 전에는 곳곳에 많은 빈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이런 빈터에 물을 대서 얼린 동네 스케이트장이 생긴다. 더러는 무료로 누구나 와서 놀 수 있던 곳도 있었지만 한쪽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의자와 저렴한 값으로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시설을 갖추어진 곳도 있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동생과 함께 찾은 야외 스케이트장은 춥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생기지 않을 일을 찾아 걱정을 잘하는 나는 혹시라도 넘어지다가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거나 찍힐까 공포스럽기도 했다. 11살 즈음, 목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 아이스링크‘라는 곳이 있다며 엄마가 손에 이끌려간 곳은 실내 스케이트장이었다. 밖은 더워도 안은 서늘하고 얼음이 꽝꽝 언 스케이트 장이라 스케이트를 배우는 사람, 하키를 배우던 사람도 있었고 가끔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사용되던 곳이었다. 스케이트를 배우게 해주고 싶었던 엄마는 내 발에 딱 맞는 전용 스케이트까지 사서 아이스링크를 주기적으로 데려가 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셨다. 매일 학교에서 하루종일 서서 아이들 가르치느라 힘드셨을 텐데도 시간이 나는 대로 좋은 건 다 찾아서 배우게 해 주시고, 경험하게 해 주시느라 많이 노력을 하셨다. 엄마 덕분에 나도 아이들에게 비슷하게나마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빙판 위에 오래 있는 일도 힘들었고, 아이스링크로 가는 시간이 즐겁지는 않았던 어린 시절. 거기다 운동신경이 없고 겁이 많아서 처음엔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빙판에 서는 게 무서웠다. 하지만 호기심과 오지랖은 넘치게 활동을 하고 있었나 보다. 이를 꽉 물고 안 되는 몸을 움직여 열심히 타고 또 탔다. 결론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발을 바꿔가며 잘 타게 되었고 속도 제법 나는 수준이 되었고 뿌듯했지만 실력이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스케이트를 배운 적은 있지만 혼자 타는 것과 아이들과 함께 타는 건 엄연히 다른 일. 이왕이면 운동신경이 있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싶었고 아들이 둘이나 있음에도 몸으로 놀아주는 일이 거의 드문 아빠라 아이들의 보호자로 같이 타길 권장했고 협상은 무난히 이루어졌다.
셋 다 처음 시작은 불안했으나 예상대로 남편은 금방 잘 타는데 아이들은 헤매고 있는 게 보여 안타까운 엄마다. 막내는 가벼우니 타다 넘어지면 남편이 번쩍 들어 세워주는데 큰아이는 아빠보다 무겁다 보니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것도 힘들어했다. 아이들은 넘어지지 않고 타는 요령을 익히려고 스케이트장 가드를 살짝살짝 잡아가며 잘 타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아이들만 바라보다 한 발 물러 전반적인 상황을 바라보자니 서울 스케이트장의 눈에 띄는 장점 중 하나가 보안요원들의 신속함이었다. 특히 큰 아이가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용객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스케이트를 탄 보안요원이 날아온다. “괜찮으세요? 도와드릴까요?” 친절하게 다가와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거나 다치지 않게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이동시켜 준다. 큰 아이는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는 게 힘들고 주변 사람들 보기 부끄러웠는데 안전요원이 얼른 다가와서 친절하게 도와줘서 그때마다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아이들도 능숙하지는 않지만 잘 타나 싶었는데 체력 약한 막내가 목이 말라 스케이트를. 못 타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 나 목말라서 죽을 거 같아. 물 좀 주세요. “
”지금 저기 자판기뿐인데 천 원짜리만 들어가, 근데 엄마가 천 원짜리만 없어. 조금만 더 타면 끝나니까 그때 물도 마시고 맛있는 점심도 먹자.”
“목이 말라죽을 거 같아요. 제발 물 좀 먹게 해 주세요. 다리도 너무 아프고 힘들어요.“
어르고 달래도 징징대는 작은아이를 밖으로 나오라 하고 남편과 큰 아이에게 남은 시간 둘이 잘 타고 오라며 보냈다.
“저기 뒤에 빈 의자 보이지? 가서 좀 쉬어. 바람이 좀 불어서 추울 수도 있어.”
“엄마 물!!! “ 울상인 아이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매번 가방에 물을 챙겨 다니는데 하필 안 챙겨 나온 날 나도 남편도 천 원짜리만 하나도 없는 건지.. 계속 징징대는 아이 때문에 혹시나 해서 뒤져본 지갑에 있던 동전들이 아이의 목마름을 구할 수 있었다. 물의 반 이상을 벌컥벌컥 먹은 아이는 “아 좀 살겠다” 며 안도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애기처럼 굴 건지 엄마의 분노게이지가 오르고 있는데 아이는 금세 다시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해맑은 표정을 짓는다.
50분 러닝타임에 30분 정도가 넘어가니 눈에 확연하게 여유공간이 보였다. 다들 힘이 조금씩 빠져나간 건지 시작할 때 줄 서서 들어오던 많은 사람들로 빽빽해 보이던 빙상 위의 모습은 사라지고 처음 인원보다 반 이상이 확 줄어든 훨씬 여유 있는 환경에서 남편과 큰아이가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50분만 타고 10분만 쉬는 걸까 짧은 거 같다며 아쉬워하더니 실제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으니 훨씬 힘들고 빨리 지치더라는 남편.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타러 오자는 큰 아이말에 남편이 다음에는 엄마 잘 타니까 엄마랑 타보란다. 자꾸 뭐든 나에게 떠넘기려 하는데 안 그러는 게 좋을 거다.
방학에는 오전부터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우리에게 월요일은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 날이다. 월요일에만 여는 도서관도 있지만 자주 다니는 집 근처 도서관이 월요일은 휴관일이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만 지나면 점심식사 후 학원에 가야 하는 큰 아이 때문에 어디를 놀러 가기도 시간상 어렵다. 또 방학에는 학기 중에 시간이없어 가지 못했던 병원 진료를 보느라 월요일 오전 한두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가곤 한다. 진료 후 여유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물었더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실내 롤러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처음 생길 때부터 종종 우리끼리 놀러 가기도 하고 큰 아이 친구들, 엄마들과 종종 같이 놀러 다녔었는데 오랜만에 가서 롤러 좀 타볼까?
특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 운동량이 확연이 줄어든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이라도 시간을 내서 운동이 되는 뭐라도 해주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롤러장은 저렴한 가격에 2시간 30분을 놀 수 있는데 롤러와 헬멧, 보호장비 등이 사용로에 포함되어 있어 모두 이용 가능하다. 엄마는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쉴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신나는 최신 아이돌 음악과 뮤직 비디오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조금 타다 힘들면 의자에 앉아 편히 쉬면서 구경도 할 수 있으니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오전 한 타임을 타면 점심시간이 되니 롤러를 타며 땀을 흘리고 맛있게 점심 먹고 학원을 보내면 뭔가 꽉 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 든다.
어릴 때 처음 만난 롤러스케이트는 인라인과 달리 앞에 바퀴 두 개 뒤에 바퀴 두 개씩 4개의 바퀴가 달린 신을 신고 앞쪽 발가락 밑에는 정지할 수 있는 동그만 고무가 달려있었다. 10살쯤 두 발 자전거를 섭렵한 나에게 엄마는 새로운 도전 과제인 롤러스케이트를 사주셨다. 따로 롤러를 탈만한 롤러장이 없던 시절 동네 어디에나 있는 빈터에서 타곤 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보게 된 인라인 스케이트는 한 줄로 길게 바퀴 4개가 달려있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저런 모양이면 처음에 신고 나서 초보들은 제대로 설 수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유행이라 많은 아이들이 인라인스케이트도 구입하고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친구들이 하는 걸 해봐 여하는 아이는 엄마를 졸라댔지만 성격 급하고 자주 다치는 큰아이를 가르칠지 말지 고민하다 시간이 흘러갔다. 우연히 동네에 생긴 롤러장에 놀러 갔다 다시 만난 롤러스케이트는 인라인이 아닌 어릴 때 타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 반가워 아이들에게 신나게 설명해 주었다 엄마의 추억들을.
새로운 도전에는 늘 적극적인 아이들이라 롤러를 신고 잘 서지 못하고 넘어지면서도 열심히 롤러를 타려 노력하는 모습은 지켜보기만 해도 기특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초보자들이 타는 곳에 들어가 보조기를 잡고 도는 연습을 하다 힘들어 쉬다를 반복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많은 연습 없이도 잘 타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타다 쉬다를 반복한다. 작년에 왔을 때만 해도 성격이 많이 급한 큰애가 자주 넘어지기도 했는데 자주 오지 않아도 아이들이라 금방 적응이 되나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를 부르는 시간은 줄어들고 이전보다 실력은 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취미 하나 더 만들어 준 거 같아 뿌듯한 엄마다.
두 가지 스케이트 모두 가족과 혹은 연인이나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운동인 것 같다. 즐기는데 반드시 전문적인 실력이 필요한건 아니지 않나. 동네를 둘러보면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스포츠센터나 저렴한 사용료를 받는 유료시설들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거나 학원이 없는 시간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면 한 번쯤은 스케이트를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의 긴긴 방학이 이제 2주도 남지 않았다. 확실히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전 방학보다 아이들과 체험하거나 놀러 다니는 횟수가 확 줄었다. 아이들도 나도 아쉬움이 크지만 이렇게 가끔 누리는 이벤트 같은 상황들이 아이들에게 기쁨과 해방을 맛보는 시간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