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vs 과학 당신의 선택은?

특별한 서점 방문기

by Lou


어떤 과목보다 수학이 좋아 수학자가 되고 싶은 중학생이 있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시간이 행복했고 언제 시간이 지나가는지 모르게 책을 한 번 펼쳐 들면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경시문제에 도전하고 싶어 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하이레벨’을 구입하고 너무 좋아서 소중히 다뤄가며 풀고 또 풀었다. 수업시간도 수학시간이 제일 좋아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교실 맨 앞 가운데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수학을 좋아한 건 아니다 관심도 없었다. 중학교 입학 전 엄마가 처음 보내준 수학학원에서 만난 단호하고 무서웠던 선생님. 매일 보는 시험에서 성적이 나쁘다고 가차 없어 공개적으로 혼이 났다. 사춘기 무렵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께 혼나는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 꼭 100점 맞아서 칭찬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수학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그렇게 꼴찌로 들어간 학원에서 한 달 만에 100점을 맞는 1등이 된 거다. 선생님도 놀라셔서 친구들이 보는 앞으로 불러 성적의 변화를 보여주며 공개적으로 칭찬을 해주셨고 그 계기로 수학에 완전히 빠져들어 끝까지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때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수학을 좋아하며 즐겼던 나는 없었을 거다. 그 학원이 특히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는데 이유가 그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소장 중인 수학 문제집>






힘들게 얻은 첫 아이는 오랫동안 많이 아팠다. 유난히 많이 아픈 데 남편은 해외출장이 잦아 얼굴 보기도 힘들었고, 나와 한 달 간격으로 출산한 동생이 있어 친정엄마의 도움도 온전히 받기 힘들었던 그때, 나와 아이 둘만 존재하는 세상이 있었다. 잠도 없고 맨 손으로 품에 안아야만 울지 않던 아이. 엄마가 세상에 전부인 아이와 하루종일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먹고 자는 게 제대로 원활하지 않는 엄마는 그저 힘들고 지쳐갔다. 그때 할 수 있는 건 온종일 아이와 눈 맞추고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원하는 걸 찾아내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전부였다.


아이는 숫자를 좋아했고 작은 소리에도 이해하며 반응했고 스스로 뭐든 하고 싶어 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유독 숫자를 좋아해서 수학적 재능이 있나 살짝 기대했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 수학문제집을 풀려하고 숫자가 있는 교구나 달력, 시계를 탐색했다. 엄마는 그저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걸 지속시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육아서를 찾고 틈틈이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다양한 자극요소를 찾아내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는 성장해 가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그 빛이 사그라들었다. 다행이고 감사한 건 아이가 수학만은 포기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좋아한다 것 그리고 책 읽는 걸 즐긴다는 거다. 또한 수학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학으로 흥미가 넘어가 관련책들을 탐색했고 특히 우주에 관해 흥미를 보였다.


서점을 즐겨 찾는 가족이지만 대형서점이 익숙한 아이들, 가끔 동네 서점에 문제집을 사러 가긴 하지만 작은 소규모 책방인 경우는 주변에 없다. 몇 년 전부터 독립책방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책도 전시나 판매가 되는 매장을 가끔 만나기도 한다. 전국에 수많은 독립책방이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서점을 찾아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긴 하다. 그래도 갈 수 있는 책방은 찾아가 보는 게 당연지사!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책방은 수학 책들로 가득한 ‘데카르트 수학책방’과학 전문 책들이 모여있는 ‘갈다 과학책방’이었다. 두 책방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주변에 주차가 어려운 점 때문에 쉽게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는 힘들어 가보자 말만 하다 드디어 이번 겨울 방학에 두 군데 모두 방문했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탐색하고 고르고 갖고 싶은 책도 사줄 수 있어 좋았다.





데카르트 수학책방


서울 서대문 북가좌동에 위치한 수학 전문 책방 ‘데카르트 수학책방’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수학을 좋아한다면! 수학이라면 구미가 당기면 반드시 가봐야 할 책방으로 추천해 본다.

다정하고 화기찬 분위기를 풍기는 선생님이 반가이 맞아주신다. 두 분의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서점인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애칭이 ‘쑥쌤’인 정유숙 선생님 혼자서 책방을 지키고 계신 날이었다. 처음 차를 가져가서 주차가 난감해 고민하다 연락드렸는데 하필 우리가 방문한 날이 한파가 최고조였던 날, 극심하게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 안내를 해주시러 1층까지 겉옷도 입지 않고 달려 나오셨다. 주차하는 걸 알려주셔서 다행히 책방 옆에 잘 주차하고 책방을 편안히 둘러볼 수 있었다.


< 첫째가 반해버린 파이 숫자들로 가득한 포스터 >



책방 입구에 들어서면 원주율의 어마어마한 숫자들에 압도당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소위 ’π‘‘3.14‘로만 기억한다. 수학을 좋아하고 숫자 외우는 걸 좋아했지만 한 번도 3.14 뒷자리를 궁금해하거나 외워보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 저렇게나 엄청난 숫자들이 뒤따르고 있다는 걸 몰랐느냐고 원래 작은 모습 뒤에 이렇게 엄청난 몸집을 자랑한다며 파이가 자랑하듯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긴 숫자를 10개씩 끊어서 12줄로 나열해서 포스트로 직접 제작하셨다니 책방 선생님의 수학에 대한 열정이 더 남달라 보였다. 먼저 들어갔던 장남이 먼저 포스터에 반해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쳐다보다 물어본다. ”선생님, 이 거 좀 찍어가도 되나요? “ 흔쾌히 허락하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사진을 찍으면서 입이 귀에 걸리는 아이. 결국 저 어마어마 큰 π 포스터가 갖고 싶어 눈독을 들이던 아이는 엄마를 계속 졸라 구입해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책방은 찾아오기 어렵기도 하고 차를 가지고 오면 주차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서점 안에 들어오면 창가로 보이는 산책로, 그 사이를 흐르는 천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그리고 즐겨보는 수학책의 향연이라니 어찌 기쁘고 즐겁지 아니할까!


곳곳에 걸린 수학자들의 그림도 아이와 함께 하나하나 돌아보며 수학자의 이름을 알아봤다. 큰 아이가 페르마의 얼굴을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수학자 중에 페르마가 제일 밉단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 “여백이 없어서 마지막 정리를 끝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증명을 못할 거 같아서 대충 둘러 대며 마무리한 것 같아” 정리를 복잡하고 어렵게 끝내서 수학 공부가 더 복잡해지는 것보다 나은 거 아닌가?






대수보다 기하가 좋다는 아이는 어릴 때부터 도형을 가지고 다양한 모양을 쉽게 만들고 변형했고, 각종 큐브도 다양하게 소화해 냈다. 이번에도 여러 책 중 아이가 고른 것은 기하 관련 책 두 권과 원주율 파이 숫자만 나열되어있는 미니북이었다. 두께도 상당하고 설명이 잔뜩 들어있는 기하책을 생일 선물로 사달라니 살짝 당황했지만 꼭 사서 보고 싶다고 해서 구입했다. 책이 전시용 밖에 없어 며칠 뒤 택배로 도착했는데 엄마의 우려와 달리 아이는 이 책들을 도서관, 학원 등에 가지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고 문제를 풀어본다고 있었다. 즐거웠던 수학 책방 여행, 날이 따뜻해지면 버스 타고 한적하게 다녀오자 약속했다.







갈다 과학책방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과학 전문 책방 '갈다'



수학 책방보다 과학책방을 먼저 알고 있었다. 삼청동에 위치해 있다는 이 책방을 가보고 싶었는데 자주 가는 광화문에서 걷는 거리가 좀 있어 매번 시도를 망설이다 포기하곤 했다. 그러다 작년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과학책방 갈다’의 부스에 큰 아이와 같이 방문했었다. 친절히 맞아주셔 인사드리고 아이가 갈다 사장님의 저서와 엽서를 구입하고 싶다고 해서 계산을 하며 가는 책방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친절히 버스 번호와 노선을 알려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방문을 약속했는데 결국 가지 못했었다. 방학이 다 지나갈 무렵 수학 책방을 다녀온 뒤 더 가고 싶어 하는 과학 책방 ‘갈다’에 드디어 날을 잡아 온 가족이 출동했다!



<갈다 책방의 외관>



한창 맑은 날씨 더니 왜 우리가 가는 날 이렇게도 흐린 건지. 그래도 아기자기 한 삼청동 길을 따라가다 작은 골목 안에서 드디어 만난 서점. 하얗고 높다란 건물이 골목이 좁아서 인지 더 높게만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서자 나타나는 책방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실 외관만 봐서는 일반 작은 독립책방이 연상되었는데 책방을 들어가자 나타나는 넓은 공간에 가득 차있는 책들로 꾸며진 책방 풍경에 깜짝 놀랐다. 어린이 도서와 어른 도서도 구분이 되어있고 과학 분야별 도서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다양한 소품들도 어찌나 아기자기한지 아이들도 나도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책들이 너무 정리가 잘 되어있어 아이들이 신이 나서 이 책도 저 책도 다 읽어보고 싶다 난리였지만 모두 판매 도서인데 도서관처럼 다 열어서 읽어보는 건 안 되는 거라 알려주고 꼭 사고 싶은 책만 살살 안을 구경해 보라고 했다. 역시나 본인 취향대로 책을 찾아보는 아이들, 큰 아이는 우주 관련 책을, 작은 아이는 뇌과학 책을 열심히 찾아봤다. 역시나 둘 아이 다 궁금한 책이 많은가 보다.

“엄마 사고 싶은 책이 한 두 권이 아닌데 어떻게 해요? “ , ”일단 제일 읽고 싶은 책 한 권사서 다 읽고 원하는 책을 찍어놨다 다음에 와서 사줄게. “

사고 싶은 책을 남겨둬야 다음에 올 핑계가 생기지 않냐고 살살 꼬드기는 엄마다.




아이가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하나 보여주며 말한다. “‘알쓸인잡’ 잠깐 봤을 때 태양계 모형 위치가 RM이 앉아있던 곳 근처였는데 화장실로 올라가는 2층 계단 위에 있어! 위치가 바뀐 거 같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가 이야기해 주니 호기심 발동한 엄마는 영상을 찾아봤더니 정말 그랬다. 1층 서점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천장에 달려있던 태양계 모형이 ‘알쓸인잡’을 ‘과학책방 갈다’에서 촬영할 때는 책방 1층 BTS의 RM이 앉아있는 근처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저 프로는 정말 잠시 한 부분만 보여줬을 뿐인데 내용은 안 듣고 그것만 본 거니?




아이들이 저마다 고른 원 픽! 우주를 좋아하는 큰 아이는 ‘90일 밤의 우주’를 골랐고, 뇌를 좋아하는 막내는 ‘두뇌 협력의 뇌과학’을 골랐다. 정말 취향껏 고른다. 엄마는 사실 우주 쪽이 더 흥미가 가고 궁금하긴 하다. 나도 별자리를 공부하면 천문학자를 꿈꾼 적이 있었는데 그게 딱 큰아이 만할 때였다. 그때 친구를 따라 컴퓨터학원을 가지 않았다면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 아닌 우주 공학이나 천문학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책을 계산하려는데 옆으로 보이는 신기한 긴 지도가 보인다. 큰 아이가 눈을 떼지 못해 들여다보려니 직원분이 친절히 설명을 해 주신다. 태양계를 시작으로 은하를 거쳐 빅뱅까지 우주 전반을 쫙 펼쳐놓은 지도라고. 한눈에 들어오는 우주의 모습에 우리 장남 눈이 또 간절해진다. 대체 이 아이의 물욕은 어디까지인가! 엄마는 아들에게 져서 포스터까지 구입을 해주고 말았다. 얼마나 좋은지 품에 소중히 안고 조심조심하는 걸 보니 귀엽긴 한대 과연 잘 보관하고 사용할지 믿음이 가질 않아 걱정이다.


<아이들이 고른 책과 우주가 다 그려진 지도>





서점을 나오는 길 아이들은 항상 신이 나있다. 손에 든 책이 너무 좋아서 꼭 안고 차에 올라 책을 읽느라 그렇게도 시끄럽게 움직이던 입이 딱 닫힌다. 과학 책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며 꼭 다시 와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구입하지 못하고 궁금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며 사진으로 찍어왔다. 새로운 책을 보면 달려들어 읽는 모습은 볼 때마다 기특하다.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스스로 원하는 책을 찾아 읽는 것! 잘 정착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혼자 감사함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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