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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Apr 30. 2024

낯선 공간 & 비건 브런치

다섯 번째 시선


공기는 서늘하지만 하늘은 말갛게 파란 아침,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들이 이제는 땅으로 내려와 핑크빛 바다를 만들었고 그 위를 차가운 공기가 덮고 있었다. 혼자 걷는 발걸음은 힘이 실리는데 점점 얼어가는 차가운 손이 자꾸 움츠러든다.




너무 좋은 도서관이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혼자만 알고 간직하고 싶다면서도 너무 좋으니 언니도 한 번 가보라며 추천도 했던 곳이다. 친정과 가깝지만 굳이 혼자 찾아가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매일 집 근처 도서관을 다니고 있었고, 익숙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근처 도서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생활자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을 선호하지 않는데 매번 식사를 싸서 다니는 사람이 식당이 있는 도서관이란 말에 홀딱 넘어갔다. 도서관보다 맛있다는 도서관 내 식당과 음식이 너무 궁금해졌다. 위치를 찾아보니 주차장소도 협소한데 골목길 빌라들 사이에 있다. 도서관이 웬 골목에? 이 알쏭달쏭한 도서관에 그녀 P의 차를 같이 타고 방문했다.



가려고 일단 마음을 먹으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것 같아 준비가 빠르지 못한 P를 재촉하고 재촉해서 약속한 시간보다 20분이나 먼저 출발했다. 도서관 오픈 전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주변 얕은 언덕이 좋다며 구경을 가보자는 P를 따라 같이 언덕 같은 산을 올랐다. 크고 넓은 건 아니지만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언덕이다. 도서관 뒤편도 구경할 수 있어 궁금증과 설렘이 추가되었다.


도서관 주변을 서성이다 지하 커피집은 미리 이용이 가능 다는 직원분 설명에 둘이 멈칫멈칫거리며 둘은 조심스레 내려가 본다.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는 도서관이라 그런지 계단 옆의 미끄럼틀이 인상적이다. 오픈을 기다리며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녀는 차가운 라테! 역시나 겹치지 않는다. 건물 위로 보이는 깨끗한 하늘과 어우러지는 건물의 넝쿨들이 동화 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서관이 드디어 시간에 맞춰 문이 열리면서 오픈되었다! 입구에는 후원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의 후원자가 나무 명패처럼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는 가득한 책들이 보이고 구석구석 다양한 소품과 장소들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일반 도서관과 다른 느낌, 분위기도 책의 분류도 기존에 다니던 도서관은 사뭇 다른 기분이다.




일반 도서관과 다른 규정되지 않은 모습의 도서관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도서관 여기저기 작고 아담한 공간은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나만의 세상을 만나기에 아주 적합해 보인다. 서점처럼 특정 주제에 대한 책들을 모아놓은 테이블은 독립서점 큐레이션을 연상시켰다.


P가 예약했다며 2층으로 데려간 곳은 ‘작당 모의’ 실이었다. 우리 무슨 작당 모의를 하러 온 건가? 그러기엔 ’너무 아늑한 공간이다 ‘를 연발하며 들어간 곳은 정제되지 않은 느낌의 회의실 같았다. 조화롭지 않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용예약만 하면 친구나 가족, 지인들과 독립된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두 개의 문이 닫혀있어 한번 들어오고 나갈 때 문을 두 개나 열어야 해서 첫 번째 문을 열고 두 번째 문을 착각하고 부딪힐 뻔했다. 대신 밖의 소리가 차단돼서 우리끼리 조촐하고 단란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대화도 하며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작당 모의‘





즐겁게 지내는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 배꼽시계가 요란한 걸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이곳에 식당이 있다고 소문을 들었었는데  시간과 명수를 예약해야 했다. 미리 P와 상의하여 시간과 메뉴를 선택해서 주문해 두었다. 예약한 시간이 돼서 우리는 비건점심을 먹으러!


창가와 마주한 주방은 그야말로 다양한 그릇들과 식재료가 조화롭고 자연스레 놓여 있었다. 보이는 음식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인가 싶어 설렌다.





주방에 정갈히 놓여있는 식재료들에 눈이 즐겁다. 예쁜 음식,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만들고 음미한 적이 언제인가. 항상 바쁜 쳇바퀴 속에서 급하게 요리하고 음식을 차렸다. 가족들을 챙기느라 밥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 시 서서 대충 삼키거나 씹으며 집안일을 하곤 했다. 상차림과 음식 만으로도 대접받는 느낌 가득이다. 눈으로 한 번 보고 사진으로 두 번 보고 입으로 세 번 보며 즐긴 비건 브런치. 많은 브런치를 먹어본 건 아니지만 ‘비건’이 붙어있는 브런치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음식을 마주하자 ‘비건’ 두 글자가 강하게 머리를 통과한다.




애피타이저로 제공된 두부순물은 몽글몽글한 느낌이라 마치 두부 전문점에서 주는 막 떠낸 순두부를 연상시킨다. 약간 작은 찻잔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온 두부는 심심하고 맹맹한 맛이다. 따로 간장 같은 소스가 제공되지 않아 두부 본연의 맛을 느끼며 감탄하는데 P가 말한다. “언니 나 이거 별로 안 먹을래”


메인 요리 같기도 하고 사이드 메뉴 같기도 한 들기름이 얹어진 구운 두부와 맛있는 소스에 담겨 토마토 모자를 쓴 두부까지 두부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에 고소하고 입안을 채우는 신선함까지 가득이었다. 조금씩 베어 먹어도 어느새 흔적이 사라져 가는 음식들이 안타까웠다.


드디어 메인 등장! 김치볶음밥에 김가루가 들어간 주먹밥! 김치볶음밥은 넓은 접시에 놓고 계란 프라이 하나 얹어 먹는 거 아니었나? 두부 와플 위 크림소스와 딸기잼 그리고 누룽지 위의 두부 샐러드인데 눈으로 반해서 한 번 먹고 입에 넣고 감탄하며 다시 한번 먹는다!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건 탄성뿐, 그리고 비워진 그릇들. 디저트까지 완벽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친구,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 조셉 애덤스




다른 시선을 가진 J와 P가 잠시 각자 몰두 할 일 이 생겨 매거진을 잠시 쉬어갑니다~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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