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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Apr 20. 2024

덕유산 향적봉에서 헤세의 정원까지

헤르만 헤세, 산 속의 하루

 산 못타는 내가 제법 산꾼인 척 덕유산 향적봉 길에서 하루종일 놀고, 산장에서 묵으며 은하수를 보러 산등성이에 올라 기꺼운 마음으로 아는 노래 살살 죄다 부르고, 겨우 잠들었다가 일출을 보는 데 성공한 기억이 통으로 오래 박제돼 있다. 저 바위에 앉혀 보고 싶었다며 산꾼 친구가 찍어준 사진도 참 좋다.


 내일은 죽어 누워있으리니 오늘 이 덧없는 시간을 자연 속에서 상쾌하게 달콤하게 환희에 넘치게 활짝 열어 젖히라는 초긍정 주문의 시다. 정작 자신의 삶은 예민한 성격과 자살충동, 아내의 정신병으로 등으로 어둡고 괴로웠으나 그 삶의 고통을 깊은 사색과 통찰로 녹여내 지극한 해탈과 축복의 경지에서 생명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성장하는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을 그린 그의 인생소설 들을 읽으며 자라 어느덧 훌쩍 다가온 자신의 나이 앞에서 '어리둥절'하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시와 산문으로,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시 선물한다. 


 "헤르만 헤세는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며, 내면의 떨림을 표현하고 보존하는 기술'이라했습니다. 문학 뿐 만아니라 음악, 그림을 사랑하던 그는 정신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나갔고 아름다운 풍경을 수채화로 표현하며 감성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단이었던 그림은 그의 문학작품만큼이나 자신을 비롯하여 보는이에게까지 정서적 자가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전파합니다."

-2018년 헤르만헤세 展 : 치유의 그림들(안내문 중)


 화가로서도 세계적 인정을 받는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어도 따스함이 스민다. 머무는 곳마다 낮엔 정원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밤엔 글을 썼다니 저런 온전한 평화로움을 구현한 멀티플레이어 예술가가 다 있나 그래. 

 

 우리는 아쉬운 대로 송추계곡 옆에 있는 장흥 '헤세의 정원'을 간다.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이라는 헤세의 책을 고모에게 선물 받아 '헤세의 정원'으로 네이밍했다는 사장님, 예전 그대로 '송추농원'이었다면 가보지 않았을 정원이 넓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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