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지팡이 보행을 지도하며
시각장애인이 되어서 흰지팡이를 든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시 고쳐 쓴다는 의미다. 삶을 고쳐 쓴다는 것은 장애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걸 의미한다. 나는 사고나 질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버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흰지팡이 보행법을 가르치고 있다.
흰지팡이 보행은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보행법이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성 확보와 정보의 습득 및 시각장애인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흰지팡이의 사용 방법은 엄지손가락을 손잡이의 윗면에 대고, 둘째 손가락은 자루 방향으로 나란히 붙이며 나머지 손가락은 자루 아랫부분을 악수하듯이 쥐면 된다. 흰지팡이가 좌우로 움직일 때는 마치 벽시계의 추가 고정되어 왕복하는 것처럼 팔목을 사용한다.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게 지팡이와 발을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즉, 왼발이 앞으로 전진할 때 지팡이는 오른쪽으로 나간다.
보행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안대를 착용하도록 지도한다. 불안하고 초조한 학생들에게 흰지팡이로 제자리에 서서 이점촉타법을 연습시킨다. 이점촉타법은 흰지팡이로 지면을 좌우로 터치하는 것이다. 벽에 등을 대고 이점촉타법으로 충분히 지면의 특징을 파악한 학생들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다음 동작은 제자리걸음을 걸으며 이점촉타법을 실시한다. 나는 학생들 앞에서 박수를 치며 “하나, 둘”, “왼발, 오른발” 구령을 말한다. 학생들은 연습이 끝나면 점자블록 위에 서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학생의 이점촉타법 소리를 들으며 소리에 내재되어 있는 학생들의 감정 상태를 이해한다. 학생 발걸음에 맞춰 학생에 마음에 접속하며 공감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보행은 독립적 삶의 기본이고 일상을 주도하며 사는 첫걸음이다. 보행을 할 때 의식 수준이 남들보다 높은 학생들은 자신이 목표로 정한 것을 빠르게 이루어 나간다. 학교생활에서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학생은 의식 수준이 높다. 어떤 학생은 “난 장애인도 아닌데 왜 흰지팡이를 들고 보행하라고 하는 거야. 남들이 보기 부끄럽잖아”라고 하는 학생들은 의식의 한계를 표출한다. 하지만, 흰지팡이 보행을 잘하는 학생은 “오늘도 보행을 열심히 배워 혼자서도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나중에는 해외여행을 가볼 거야”라고 말한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가 뛰어나고 의식 수준도 높다. 이점촉타법을 하는 학생들은 생각하는 학생과 걱정하는 학생으로 나눈다. 생각하는 학생은 안대를 쓰고 흰지팡이로 보행하라고 하면 스스로 해답을 발견한다. 이점촉타법으로 지팡이를 밀거나 긁어서 벗어난 점자유도블록을 찾는다. 하지만 걱정만 하는 학생은 “어떻게 안대를 쓰고 과연 혼자서 흰지팡이를 들고 걸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 시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생각을 깊게 하는 학생은 자신의 걸음에 맞춰 지팡이의 호의 높이와 너비를 생각하며 보행한다.
나는 보행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미래를 살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안대를 쓰고 할 수 없는 이유를 딛고 일어서 지금 당장 움직이라고 자신에게 명령할 수 있는 학생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한 자아를 가졌다. 오늘도 우리는 흰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앞으로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