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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팔점사사 May 18. 2022

사랑은 비대칭

 어제 네가 씻어 준 체리 사진을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체리를 닮을 수 있나 내내 생각을 해봤어. 근데 그 사진 바로 옆에 있는 네 사진을 넘겨보다가 아무래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하게 됐어.


 어릴 때 사고로(그걸 사고라고 말해도 될까) 한쪽 보조개가 사라지는 바람에 한쪽 볼이 더 튀어나와있는 네 얼굴. 그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냥 양볼이 똑같이 동그랗고 두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달리 볼 수 있게 되었네. 어느 쪽 볼이 더 내려앉아있는지 알아내는 게 다음 주까지의 목표야.


 왼쪽 승모근이 더 뭉쳐있다는 네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그걸 듣고 이유를 유추해낸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어. 그리고 그건 꽤 그럴듯했어. 아마 네 말이 다 맞는 것 같아.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랑을 찾는 게 목표였던 것이 전생의 기억처럼 까마득하네.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사랑은 원래 비대칭인 것 같아. 체리 꼭지를 기준점으로 했을 때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체리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잖아. 네 양 볼이 그 체리를 닮아 대칭을 이루지 않는 것처럼, 네 차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를 보느라 네 왼쪽 승모근이 그 반대편보다 더 뭉쳐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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