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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Oct 05. 2021

엄마~ 울지마!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는 듯 말했다.

'니도 네처럼 함 살아봐라~ 고생바가지 함 해봐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지이~'. 딸의 인생이 고달프게 살거라는 걸 미리 점쳤다는 듯이! 그렇게 그 딸은 개고생은 아니였지만 누구나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며 정신이 피폐해지고 속이 너덜너덜 해지는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7년 전 크리스마스 다음날 남편이 자살시도를 했다. 그때 아이들의 나이는 15살과 4살이었다. 집이며 차며 다 날라간 상태고 빚더미 올라앉은건 불보듯 뻔했다. 그리고 더 기가막혔던 일은 일산화탄소가스 중독때문인지 정신이 혼미해지며 헛것을 보기 시작해서 이러다 죽겠다 싶어 내 손으로 신랑을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까지 시키고 나와서 차 안에서 목놓아 울어 버렸다. 



내 옆에는 4살 딸이 엄마의 대성통곡하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엄마가 펑펑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세상을 안지 4년밖에 안된 아이는 얼마나 무섭고 두렵고 힘들었을까.. 엄마 울지말라며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던 그 딸은 그렇게 엄마의 우는 모습만 6개월 넘게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진단을 받은 나는 우울증과 불면증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이들을 지켜야한다는 마음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중2가 되면서 사춘기 시절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에 웃는 모습만 보여줬는데 5살이던 딸은 아무것도 모를거라 생각했던 무식한 엄마가 되면서 그 어린 딸에게는 하염없이 우는 엄마의 모습은 일상처럼 보고 자라게 냅둬버린 나쁜엄마로 변해버렸다. 



그 뒤로 딸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는지 유치원에서 이상하다고 전화를 받고 나서 상담소에 갈 돈도 없을 때여서 내가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마음을 굳힌 채 그 후로 딸앞에서 우는 모습도 안보여주고 늘 편안하고 웃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내 딸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딸 아이의 정서적 상태에 맞춰서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생활하기 시작하고 난 5년정도가 지났을까 주위에서 내 딸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많이 웃으면서 지내고 씩씩하게 할 말은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딸의 미세한 변화를 알고 있었지만 주위에서 그런 말이 들려오니 그제서야 다행이다라며 한 짐 내려놓았다.  

출처/ Pixaby


너무나도 이쁘고 소중한 내 딸이 나의 삶과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된다고 상상만 해도 눈물부터 흐른다. "엄마랑 살면서는 즐겁고 따스하고 기쁜 기억들만 가지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는데..." 라는 마음 밖에 없다. 그래서 더 내 아이들을 소중하게 대하고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키우고 있는데.... 어찌 딸한테 본인처럼 살아봐라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을까!



나도 왜 모르겠는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툭하면 고함부터 지르고 안되면 집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다 집어 던지며(그리고 꼭 밥먹을 때 그렇게 왜 상을 뒤집냐고...) 집에 생활비도 안 갖다주니 돈 빌리러 다니고 일해서 갚는다고 쌔가 빠지고 그 와중에 도시락만 아침에 7개 싸야 하니 한 달에 쌀 40 kg가 모자랐다고 되뇌시던 말을 들으며 고생 많이 하셨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삼 형제다! 그 시절에는 멀쩡한 집안이 정말 몇 안 되는 것처럼 다들 그리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집에 있는 물건 깨지고 날아가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을 시대다. 아동폭력이라는 말이 가당치도 않던 시절이었으니 부모님께 맞고 컸던 내 나이 또래가 한둘일까.....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워보니 이렇게 귀한 아이들인데.. 너무나 소중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들인데.. 1970~80년대 엄마의 삶은 그만큼 살기 고달팠으니 먹고 입히고 재우는 것만 잘해도 자식 잘 키우는 시절 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삶이 힘들었다고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자기처럼 고생바가지 해봐야 한다는, 그런 말을 딸에게 하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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