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땀이 흘렀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의 삶과 생각과 정신과 마음과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속이 미칠 것 같아서 힘들어 죽을 거 같을 때도 달리러 나갔다. 2019년 4월 15일은 잊을 수가 없다. 그 흔한 운동화 하나 없이 스니커즈만 신은 채 달리기 시작하면서 속이 뻥 뚫린다는 느낌이 정말 새로웠다. 아! 달리기라는 운동이 나에게 있었구나! 그동안 왜 달려보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 역시 돈 들여 헬스 PT 받고 싶었겠지. 오리발 들고 멋진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싶었겠지. 그 마음을 당연히 알지.
이마에서부터 온몸에 흘러내리는 땀이 나에게 위로를 해주는 듯했다. 여기까지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달리면서 운 적도 많았다. 걸으면서 우는 것보다 덜 쪽팔리고 더 길게 더 많이 울어도 상관없었다. 나에겐 달리기가 운동이자 명상이자 한풀이었다. 화가 나면 달리러 나가고, 걱정 들기 시작하면 무작정 뛰어나가고,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신박사님이 부산에 오셨다. 그때 남포동에 가서 책에다 사인받고 손글씨를 적은 편지를 드렸는데 그 편지가 신박사 TV에 소개가 될지 꿈에나 알았을까. 방송을 듣고 난 날, 달리러 나갔다가 10km을 처음으로 달리게 되었다.
며칠 후 부산 바다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다시 10km를 완주하는 벅찬 경험이 나에게 주어졌다. Finish 라인을 밟는 순간,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서 울었다. 완주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한 나 자신에게 너무 고마워서 더 울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함께 다 같이 달릴 수 있는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었지만 다시 광안대교 위로 달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게 된다.
달리기 시작한 지, 2년이 훌쩍 지나간 지금! 더위에 쥐약인 내게 유난히 더 무덥고 습했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데 달리지 못하고 있는 내 심정이 무너진다. 발가락을 가구에 내줘버렸다. 그리고 발톱이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렇게 팅팅 부은 엄지발가락을 가지고 운동화도 신는 건 커녕 달리다가 발톱 빠질까 봐 겁나서 아직도 여름 샌들을 신고 다닌다. 얼마나 날이 좋던지! 달릴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걸으면 되지 뭐! 걷는 동안 비염이 심한 나의 코끝에 다가온 그 향기~ 싱그러운 풀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