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배트맨' 리뷰
올 들어 가장 기대하고 손꼽아 기다려온 영화가 하나 개봉했다. 더 배트맨.
배트맨 시리즈는 다양한 감독들의 손을 거치며 독보적인 빌런들을 생성해냈고 배트맨의 캐릭터성 역시 원작 성은 유지하되 입체적인 히어로를 생성해내었다. 그래서 배트맨의 팬덤은 두텁고 단단하다.
히어로 무비로써 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었던 다크 나이트 3부작 그리고 아이언맨을 본떠 만든 듯한 저스티스 리그의 배트맨을 지나 독자적 세계관으로 새로이 만들어낸 히어로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고 부담감도 심했을 것이다.
개봉 날짜:2022.03.01
장르: 액션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폴 디노, 조 크라비츠
국가: 미국
배트맨은 악과 상대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히어로의 액션이 아니다. 한 대씩 얻어맞더니 어딘가 어설픈 면이 보인다.
그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다.
그러나 밤마다 악과 맞서고 그 이유가 되었던 내면의 상처는 정작 보듬지 못하는 투박한 그는 어딘가 우리 주변에 있을 것만 같다.
이번 배트맨은 특이하게도 배트모빌 같은 소품이나 장비들에 오락적인 요소들을 다소 첨가한 면이 보였던 전작과 달리 배트모빌은 그저 빨리 범죄자의 차량을 쫓고 무기는 배트맨의 정체성 내에서 실용적인 무기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겉멋과 휘황찬란한 무기들이 아닌 배트맨 본연의 액션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역대 배트맨 영화 중 가장 어둡고 정석적인 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 속 배경은 항상 비가 오거나 어둡고 주인공은 굳은 표정 이외에 밝은 느낌은 찾을 수 없다.
이제껏 팀 버튼의 배트맨은 만화적인 요소와 코믹 풍자가 들어가 있었고, 놀란의 배트맨은 독보적인 빌런들을 앞세워 조금은 휘둘리지만 영웅적인 모습의 히어로를 매력적으로 연출하였고,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은 아이언맨을 따라 하려는 개그와 부자라는 캐릭터성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배트맨의 매력은 더욱더 어둡고 고찰하는 그일수록 원작과 배트맨이라는 이름의 정체성에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다.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신체에 뛰어난 무술 실력과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밤에는 악을 상대하는 자경단 활동을 하는 그는 법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경단 또는 영웅이라는 명찰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러한 배트맨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바로 더 배트맨이라고 생각한다.
배트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캣우먼 역시 이전의 매력은 그대로 가져오되 연기와 연출로 아름다운 액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고양이와 같은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고양이가 연상된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큰 줄기는 배트맨이 리들러라는 악당을 쫓는 탐정 추리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심히 배트맨의 눈빛에 집중해서 보면 배트맨의 탄생이자 성장영화이다. 그는 어릴 적 상처들로 자신을 어둠에 몰아세웠으며 언제부턴가 자신을 그림자 또는 복수라 정의한다. 주변 사람이라곤 집사와 경위뿐이고 늘 폐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고 마지막 장면엔 신호탄을 들고 사람들을 구하는 그는 이미 영웅이었다. 자신을 복수라 정의하던 그는 신호탄을 들고 희망의 불씨가 된 채 사람들을 인도해나간다. 과연 영웅이 아니면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영화가 좋았지만 다소 아쉬운 지점인 빌런 리들러는 영화 조디악과 셜록의 모리아티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 리들러의 범죄 구조가 다소 치밀하지 못했고 빌런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은 피하지 못했다. 또한 빌런은 빌런대로 배트맨 주변인들의 범죄와 거미줄처럼 얽히섥히 복잡한 이야기들은 한 장면이라도 빼먹게 된다면 이야기 이해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영화 중반은 반전의 연속과 실체를 알아가는 플롯은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화장실만 한 번 다녀온다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힘들다는 점이 단점이기도 하겠다.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은 굉장히 밀도 높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는 3시간이 마치 짧은 시간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배트맨 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배트맨다웠고 가장 어두웠고 가장 가슴속에 강하게 다가왔던 배트맨 영화 '더 배트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