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택시 Bodaboda
오토바이 택시인 보다보다(Bodaboda)는 우간다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로 특히 교통 체증이 심각한 캄팔라(Kampala)에서는 누구나 애용할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이다. 내 경우 봉사활동을 했던 마사카(Masaka) 치왕갈라(Kiwangala)에서도 탔고, 직장을 다녔던 캄팔라에서도 탔으니 어림 잡아도 대략 수백번은 탔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보다보다는 내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보다보다는 Border(국경)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는데, 예전에는 오토바이로 국경도 오고 가느라 오토바이 택시를 보다보다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통용되는 명칭은 보다보다의 줄임말인 “보다”이고, 보다를 모는 운전사는 “보다맨”으로 불린다. 보다맨의 대다수는 남성으로, 여성 보다맨은 매우 드문 경우라서 가끔 신문에도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 보다맨을 봤을 때는 ‘더운 날씨에 왜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밤에도 운행하기 때문에 항상 따숩게 입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나 오토바이를 모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협회도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스테이지(Stage)에 정차하여 손님들을 기다리는 보다맨 중에는 해당 스테이지의 회장도 있고 부회장도 있어서 보다맨들 사이의 갈등이나 고객과의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집단이건 대표하는 인물은 주로 경력과 연륜이 풍부한 사람이듯 스테이지의 대표 또한 운전 경험이 많고 주위 보다맨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보다가 손님을 태운 후에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지만 정차는 반드시 정해진 스테이지에 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운행 중인 보다를 세워서 탈 수도 있지만 스테이지에 정차 중인 보다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첫째는 협회에 등록된 보다가 정해진 스테이지에 정차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스테이지의 여러 보다맨들과 가격 협상을 통해 경쟁심을 부추겨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맨들이 가격을 담합하면 가격 인하가 어려울 때가 있지만, 항상 그 중에 배신자가 나오기 마련이므로 안전과 가격을 고려한다면 스테이지에서 보다를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운행 중인 보다를 세워 타는 것이 더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테이지에 정차 중인 보다맨들과 달리 문제가 생겼을 때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내 경우는 퇴근 후 주로 직장 근처의 스테이지 두 곳에서 보다를 탔는데 거의 일상적으로 보다를 탔던 나의 요금은 정찰제였다. 그들은 나를 내가 살았던 호스텔인 “아캄웨시(Akamwesi)”라고 불렀는데, 내가 나타나면 보다맨들이 서로 태우겠다고 실랑이를 했다. 그러면 나는 친한 보다맨을 찾아 보다에 올라탔고 다른 보다맨들의 원망을 들으며 스테이지를 떠났다. 나를 태운 보다맨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보다를 잘 탄다”는 말이었는데, 내가 뒤에서 (기사의 움직임에 맞게) 잘 움직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보다를 타면 골똘히 생각하며 장문의 문자도 작성했을 정도로 보다를 편안하게 여겼다. 삼국유사에서 김유신이 술에 취한 자신을 기생집으로 데려 간 말의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처럼 술을 먹고 보다를 타고 집에 가다 잠이 들어도 깨 보면 아캄웨시 입구였다. 당시 내가 목숨이 아홉 개쯤 되는 듯 생활한 것도 맞지만, 실제로 내가 운이 엄청 좋았던 때의 일이었다. 2011년 당시에도 외국인 여성이 밤 늦게 보다를 탔다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 당했다는 소식도 있었고, 2012년에는 보다맨이 외국인 여성을 죽이려고 하자 손이 발이 되게 빌어서 겨우 목숨만 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간접경험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던 20대의 나는 뭐든 스스로 겪어 봐야 믿었고 사건, 사고는 그저 당사자의 부주의로 여길 뿐이었다. 어느 날 밤 어김 없이 실컷 놀다 밤 11시 쯤 보다를 타고 집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보다맨이 촉촉한 눈으로 "Do you know how beautiful you are?"라고 말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설레서가 아니라 위험한 상황임을 나의 세포가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주위는 온통 캄캄했고 개 짖는 소리도 안 들렸다. 여기서 그냥 걸어가면 내 숙소가 노출될 상황이고, 어딜 들렀다 가려해도 들를 데가 없었다. 나는 애써 미소 띈 얼굴로 “응, 나 결혼해서 애가 다섯이야"라며 네가 좋은 말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보다맨은 "네가 거짓말 하고 있는 거 다 알아" 하면서 다시 오토바이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
언젠가 국제학교를 다닌 우간다인 친구 하나는, "외국인 여선생들이 종종 보다맨이랑 연애하다 임신해서 살림을 차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의외로 외국인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보다맨이라며 나에게 경고하곤 했다. 나에게 보다맨은 오르막길을 오를 땐 "너 좀 내려라"라고 말하고, 내리막길을 내릴 땐 "어때 기분이 좋냐?"라고 말하던 재밌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연애 감정은 커녕 위험하다는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