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움 즐거움 Jun 25. 2024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기술

당당하게 학부모와 마주하기 위한 민원대응법

"왜 우리 아이 혼내세요? 선생님이 무슨 대통령이라도 돼요?"라고 화를 내는 1학년 아이의 어머니. 교직 경력 2년 차인 신규 선생님은 얼음처럼 굳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이 책의 저자가 20년 전, 1학년 담임을 하면서 만났던 황당한 사연이다. 집에 와서 분한 마음이 치솟았다가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가 가라앉았다가 온갖 감정이 폭풍처럼 밀려들어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다고 한다.

이는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기술>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김성효 선생님은 이미 30권이 넘는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초등교육 현장에서 몸담고 있는 이 구역 찐 체험자이다. 그래서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없고 모두 피눈물 나는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다.

[p.11]
교사는 학부모와 아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지만, 상담의 선을 넘어서는 대화에서는 언제든지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27년 차 교직 경력의 저자는 '학부모 대응'과 '학부모 상담'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 여기임!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은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사람을 만나면 당황하여 우물쭈물하다가 버벅대고 만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교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하는 것과 평범한 학부모 상담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이다. 이 구별을 명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 많은 선생님들을 인터뷰하고 상담하며 마주한 수많은 사례가 이 책 안에 녹여져 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식으로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와의 대화다. 쉬울 수가 없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부모님은 학부모님대로 서로의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모두 상대방에게 서운한 입장이다.


[p.266]
그동안 고민 끝에 저를 찾아왔던 교사들에게 이런 책을 내밀면서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선생님들, 저는 이런 사례에 대해 이렇게 대응해 보자고 권해 봅니다.'라는 선배 마인드를 읽을 수가 있었는데 난 그 점이 참 맘에 들었다. 인생에 정답이란 것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적어도 '이런 사례에 이렇게 대처했어요. 이렇게 해서 실패도 해봤고, 또 이렇게 말해서 오해도 풀었어요.' 이런 멋진 교직 선배가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성공기만 있는 책이 아니라 실패담이 있어서 더 좋다. 교실에서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울어보고 상처받아 본 선배만이 후배들이 그 과정에서 '자기의 입장을 차분하고 의연하게, 하고 싶은 말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도록 조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학부모와 마주하게 위한 민원대응법'이라는 부제가 진짜 매력적이다. 교직 생활을 수행하며 피가 되고 살이 될 말하기 매뉴얼이 출판되어 참 반갑다. 모든 교실에 한 권씩 구비하고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 수 있을까요?(이하루 에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