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는 무게 중심이 아래에 딱 있어서 흔들려도 되돌아오잖아요. 음들이 날아다니지 않도록 딱 중심을 잡아 놓고 연주해 봅시다. 마치 창문 밖에서 무슨 일이 있나 바라보는 느낌으로요."
리코더 레슨 중에 선생님이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다.내 귀에는 마음이 부유하며 떠돌아다니지 않기,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닻을 내리고 지금을 살라는 말로 들렸다.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지난달 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알토 리코더로 연주하는 바흐 BWV1043 1악장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들었다. 그 즉시 난 이 곡과 사랑에 빠졌다. 원래는 바이올린 곡인데 이게 알토 리코더로 되다니, 나도 꼭 연주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백방으로 악보를 구해 연주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보통 imslp(international music score library project)를 뒤지면 웬만한 악보는 다 검색이 되는데 저 선생님들이 연주하신 알토 이 중주 버전은 영 찾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김광익, 박충재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겨울 대전 리코더 캠프에서 이분들을 뵌 적이 있었다. 합주 시간에 딱 내 앞줄에 앉으셨던 우리 선생님들. 감사하게도 선생님들이 흔쾌히 pdf 파일을 보내주셨다.
덕분에 요즘 리코더 레슨 시간에 이 곡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까다로운 리듬과 박자, 운지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멜로디가 익숙해 지고 레슨해 주시는 선생님과 2중주를 할 수 있는 컨디션까지 올라왔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 곡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악보를 보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연습해야지. 아직은 어설프고 실수도 많지만 성장과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 더욱 정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