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데 서울 주보에 티쳐스로 알게 된 수학강사 정승제 선생님 글이 실려서 자세히 읽어보았다.
원래 선생님은 모태신앙이었다고 하신다. 어머니 강요로 성당에 다녔는데 고3이었던 94년부터 냉담을 했다가 개인적으로 힘겨웠던 2009년 회심하여 다시 뜨거운 신앙인이 되었다. 누구나 신앙에 의지하게 되는 건 인생에서 시련과 고통을 느낄 때 같다.
이 글에서 인상에 깊이 남았던 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제목이었던 168분의 1. 처음에는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일주일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24×7=168시간이다. 그 중 '미사 시간 1시간 으로 인해 나머지 167시간을 '꽉 채워 살 수 있다면 이 것이야말로 수학적으로 이득이 아닌가.' 란 문장, 이거 진짜 찐이네.
둘째, '몸 뿐 아니라 마음도 여기에 와 있는가?'란 말도 마음을 울렸다. 학원 학생 중에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나 의욕 없이 텅 빈 눈빛으로 앉아만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이런 생각이 드셨단다.
'네가 이 시간에 지금 여기 있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니?' 어디 수학 공부뿐이겠는가. 나의 신앙도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미사 시간에 넋 놓고 딴 생각을 하거나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간 적이 많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 주에는 리코더 레슨을 받는데 거짓말 안하고 한 곡을 연주하며 세 번씩이나 딴 생각을 했다.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손가락은 바쁘게 돌아가고, 호흡은 가빠오는 와중에 말이다. "야, 대단하다. 이 와중에도 딴 생각을! 벌써 세 번째다. 악보에 집중 안 하기야?" 스스로 되뇌였다.
미사는 스스로 부여한 의무적인 루틴이라 그렇다고 처도 리코더 레슨에서까지 이렇게 마음이 떠도는 걸 확인하니 마음이 속상했다. 예전 같으면 또 스스로 자책했겠지만 '너도 자꾸 집중 안 되서 화도 나지?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나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오늘, 변경한 리코더 시간을 까맣게 잊고 스승님을 바람맞혔다. 어찌나 죄송했던지. 건망증이 도를 넘었군 싶었는데 재빨리 나를 향한 비난의 칼을 거두었다.
'아, 요즘 여러 가지로 정신 없어서 약속을 잊었나보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손흥민 선수도 풀타임 경기 뛰면 지치잖아."
스스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어르고 달래는 전략을 취했다. 나비자세로 스스로 두 팔을 엑스자로 만들며 쓰담쓰담 해주었다. 나와 연결과는 체크인을 기억하머 다음 문장을 입술을 중얼거렸다. 내가 나를 위로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