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가대를 하며 지휘자님께 개인레슨을 받는 내 친구가 어느날 음악 전담이 되었다. 이 친구가 합창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기에 음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노래해서 좋겠다고 했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절대 아니란다.
"야, 애들이랑 노래하면 서로 스트레스야. 아이들은 쌩목을 쓰며 노래하는데 그거 다 어떻게 교정하냐. 내 귀도 못견디고 피차 힘들어."
노래방 온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하는 아이들과 교과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 입장이 참 고통스럽다는 음악 애호가의 변명.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리코더도 그렇다. 아이들은 리코더를 잡자마자 칼싸움을 한다. 그러다지치면 있는 힘껏 불어댄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리코더 지도의 딜레마다.
아이들은 리코더를 잡고 빽빽 소리를 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 악기는 바람의 양이 많아지면 삑사리, 음이탈이 난다. 리코더를 좋아해도 아이들에게 지도하는 영역은 또 다른 스킬이 요구되기에 교수법에 대한 배움이 절실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올라오신 리코더 대가 분들의 연수를 들었다. 32년간 초등교사로 아이들에게 리코더 지도를 해오신 최호준 선생님은 이 부분에서 확실한 해결책을 가지고 계셨다.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아이들을 가르치시며 얻은 꿀팁들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본다.
"리코더는 '작음' 악기예요. 현악기처럼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세게 불면 음정이 높아져요. 높은 옥타브 도, 레는 세게 불지 말고 조심스럽게 불어야 합니다. 친구에게 비밀 이야기하듯 말이죠."
- 낮은 음으로 갈수록 텅잉이 느려지고 소리가 작아지는 것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조심조심 연주한단다. 친한 친구에게 비밀 이야기를 하듯 소근소근 불기, 이게 핵심이다.
- 바로크식 리코더 일괄 구매 할 것. 독일식은 악기도 아니다.중구난방 다양한 메이커는 안 됨. 하나로 통일할 것. 독서대를 보면대처럼 사용하기
- 두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 당겨 앉기. 기대지 않아야 한다. 바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주 전에 아이들과 3단계 자세 약속하기. 습관되면 손가락으로 표시할 것. 리코더를 부는 기본 3가지 약속은 아래와 같다.
1번자세. 양발 바닥에. 리코더는 무릎에.
2번자세. 입에다 가져다 대고 연주 준비.
3번자세. 아랫 입술에 취구 대고 손가락만 연습하고 입은 립싱크 자세 취하기.
-손톱깎이로 왼손 손톱 꼭 바짝 자르기. 써밍(옥타브)자세 알려주기. 절대 구멍 많이 열지 않기
-계이름이 어려운 친구들은 정간보를 만들어 계명창을 먼저 하고 음을 익힌 후 연주하기!
"리코더 하나로 학급 운영 잘 하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평정됩니다. 아이들이 자꾸 리코더 불자고 해요."
교과지도에 생활지도, 인성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을 아우르는 전천후 악기 팔방미인 리코더. 학교폭력까지 없애주는 아름다움의 힘이라고 강조하시는 선생님의 말씀. 나도 학급 살이에 리코더를 꼭 메인으로 넣어야지 마음 먹어본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내 맘대로 비브라토 안 하는 거 너무 중요함. 직선으로 쭉 소리가 뻗어 나가게 연주하기 이건 내가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바이브레이션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둘 것. 나도 모르게 뽕차면 술 한잔 걸친 동네 아저씨 스타일로 방구석 음악가가 되기에 꼭 유념해야지. 잊지말자. 리코더는 직선악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