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리 op. 5 Nr.6 4악장 Allegro를 배운 두 번째 시간, 오늘도 연주 중에 선생님께서 "와, 이제는 완전 바로크 문법을 익히셨네요! 바며드셨어요!"라고 칭찬해주셔서 엄청 기뻤다. 바로크에 물들었다는 말을 바며들었다라고 표현하신 우리 선생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예전에는 칭찬을 잘 못 받아드리는 성격이라 "아이고, 우연히 잘 되었나봐요. 다음엔 똑같이 못 할 수도 있어요." 이랬는데 이제는 선생님께서 칭찬을 하시면 그냥 손으로 브이자를 만들며 기쁨을 표현한다.
오늘 배운 4악장, 솔직히 처음에는 딱히 매력을 못 느꼈다. 하지만 점점 끌리는 마성의 곡이었던 것! 레슨 끝나고 나오는 길에 자꾸 머리에 멜로디가 맴돌아서 주체할 수 없는 흥때문에 레슨 선생님 앞에서 폴짝 폴짝 춤까지 췄다.
"선생님, 우리 오늘 배운 곡 있잖아요. 이렇게 춤추면 딱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어머나, 선생님. 진짜 바로크 춤 동작 중에 그런 포즈가 있어요. 대박!"
물개박수를 치시며 좋아하시는 선생님 앞에서 옛날 아이들 앞에서 포크댄스를 시범 보이던 실력을 뽐내었다. 우리 선생님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하실 때 음대 대학교 교과목 중에 '바로크 춤곡' 과목이 있었다고 하신다. 넷플릭스 보면 옛날 옛적에 멋드러진 궁전에서 드레스 입고 동그랗게 둘러 서서 춤추던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음악이 무용의 반주로 쓰였으니 각종 장르의 춤에 대한 이해는 필수였겠다 싶다.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반복과 대비, 고조되는 부분과 하행되는 부분이 있다. 마치 카라바조의 흑백대비처럼 말이다. 그 안에 느껴지는 선명한 빛이 마치 조명처럼 느껴지는데 그래서 셈여림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3박자계열에서 2박자로 음악 중간에 갑자기 바뀌는 '헤미올라'라는 장치에서 음악이 갑자기 달라진다.
이러한 요소는 리듬감과 율동감을 자아낸다. 연주를 하며 토끼처럼 깡총뛰기를 해야하는 구간과 노래하듯 부드럽게 흘러가는 구간이 반복되며 듣는이로 하여금 음악에 푹 빠지도록 만든다. 때문에 바로크 곡들은 차분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이 모순적인 말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정중동'이란 단어다. 끊임없이 샘솟는 작디 작은 아름다움, 산만한데 그 안에 나름의 질서가 잡혀있다고나 할까? 언젠가 내가 리코더 연주회를 열게 된다면 꼭 이 곡을 세트리스트에 넣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폴짝 춤추게 한 클래식 곡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레슨 정리>
1. 헤미올라는 3박자 춤곡에서 나오는 마디 중간의 2박자으로 변박되는 구역임. 여기서는 따안, 따안 이렇게 살짝 끊어서 연주해야 함. (12-13마디, 35-36마디, 42-43마디, 55-56마디)
2. 13마디 급강하된 솔 조용히 연주하자.
3. 19마디부터 토끼가 뜀뛰듯 깡총거리게, 그러다가 22-23마디는 노래하듯, 24-25마디 다시 깡총거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