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발령일기
헬쓰장에서 샤워를 마치고 막 신발을 갈아 신으려는 순간이었다. 카톡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내 발령 소식을 듣고서 축하 인사를 해주시려는 부장님의 전화였다. 내가 어디에 발령을 받았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교감선생님께서도 문자를 보내 주셨다. 맨날 출퇴근길에 마주쳐서 우리가 전근을 가더라도 이렇게 가끔 우연히라도 만났으면 싶었는데 교감쌤 사시는 곳과는 경로가 달라져서 아쉽기 그지없다. 그래도 평화로운 학교라니, 말만 들어도 기쁘다.
초등교사에게 전근이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5년에 한 번은 이삿짐을 꾸려야 한다. 새 임지와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이름과 위치 정도만 파악되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한 학년에 2-3반 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 늘 큰 학교에서만 근무해봐서 좀 낯설다.
한 가지 또 기대가 되는 것은 새 임지가 혁신 학교라는 것이다. 전임지 이전에 근무하던 곳도 혁신 학교여서 내심 반갑다. 여기서도 아이들과 리코더를 재미있게 불고 싶다.
고맙게도 가까운 선생님이 이 곳에 근무하시는 선생님 전화 번호를 수소문해서 알려주셨다. 내일 아침에 전화해서 본인 이름을 대란다. 아이고, 이렇게나 애써 주시니 감사하다. 가끔 길가다가 본 학교가 이제 우리 학교가 되다니 신기하다.
"나 내일 코트를 입고 갈까 패딩을 입고 갈까?"
역시 새 임지로 발령 받은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가 추워도 그냥 코트를 입으라고 한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며 단정하게 입고 가란다.
내일 점심 때에는 전임교에 들려서 작별 인사를 드리고 서류봉투를 안고 새 학교에 갈 예정이다. 아쉬워서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던 학교였기 때문이다.
5년 동안 정들은 학교. 보안관 선생님, 청소 여사님, 과학 실무사님, 영양, 보건, 상담 선생님, 조리사 선생님 모두 감사했어요.
따뜻하신 교장님, 세상 좋은 교감님, 존경하는 선배님, 사랑스런 후배들, 귀여운 아이들 그동안 고마웠어요. 모두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