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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이집트인 그리고 현재인

팔호광장 인스타툰 그림 원작자 의사쌤 만세

by 리코더곰쌤 Feb 23. 2025

"외계인 친구, 너도 바흐 음악 들어봤니, 어때, 너희들도 이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만일 외계인을 만나면 보이저 우주선에 함께 동봉하여 우주로 보낸 바흐의 음악을 혹시 들어봤는지 질문하고 싶다.


진짜 예전부터 지구에 왔었냐고, 그래서 이스타섬 모아이 석상, 마야 유적, 피라미드등을 진짜 너희들이 세운 거냐고 물어봐야지. 그리고 그 다음 궁금증은 이거다. 우리 별 지구 말고 어디에 생명체가 또 살고 있나도 묻고 싶다.


타임머신도 다룰 수 있는지, 시공간을 초월해서 여행할 수 있는지도! 어린 시절부터 난 외계인을 만나고 싶었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는게 아니길 바랬다. 사실 외계인이라는 카테고리는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키워드같다.

노역 전 커피를 배급받는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노역 전 커피를 배급받는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

그 기원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3때 내가 다니던 학원에는 채식만 하시는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가끔 학원 앞에서 저녁 식사를 하시는 선생님을 뵐 수 있었는데 된장찌개 육수 낼 때 멸치도 넣지 말아달라고 따로 부탁을 하시는 모습이 이상했다.


왜 이런 까다로운 주문을 넣는 것이냐고 여쭈어보니 육식을 하면 에너지의 기운이 탁해지기 때문이라고, 본인의 영적 수련을 위해 채식을 택했다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속해 살고 있지만, 나이도 많고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키우고 계신 분이 소년미가 철철 넘치셨다. 그 분은 힘주어 말씀하셨다. 외계인은 명히 존재한다고. 그 당시 나는 참 특이한 분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필라테스라는고문을 받는 현대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필라테스라는고문을 받는 현대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

이 분은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유도를 하셨고 부상 때문에 공부를 하시어 외대 영어과까지 나오셨던 분이다. 내 평생 이 분처럼 영어를 잘하는 분은 처음 봤다. 선생님 덕분에 내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중3때 이미 수능 문제를 풀어도 거의 만점이 나왔다. 듣기 실력이 제일 많이 늘었다. 동시통역사 출신이어서 발음도 끝내주었지만, 세상에 대한 연민과 자비심이 그대로 드러난 분이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연락을 드렸더니 중국에 중의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떠나신다고 했다. 임용에 합격한 다음 전화를 드렸을 때에는 아로마테라피 관련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고, 그 후에는 경남 하동에 황토집을 짓고 가족 모두 귀촌을 하셨다고 했다.

아이돌 덕질 중인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아이돌 덕질 중인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

선생님의 역마살에 중학교 수학 교사이셨던 사모님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싶지만, 평생을 좋아하는 공부와 원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시던 선생님이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동네 작 보습학원 강의실에서 축구하다가 다리가 삔 남자 중학생들의 뼈를 맞춰주시고 스포츠 마사지를 해 주시던 선생님의 웃음이 떠오른다. 수업이 없는 일요일에 아이들과 과격하게 축구를 하시다가 기브스를 하고 다니시던 그 모습도!


대학교에 들어가면 꼭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원서로 읽어 보라고 신신당부하시던 그 말씀도 기억난다. 물론 스무살 나에게 그 내용은 너무 어렵고 졸려가지고 포기했다. 이제는 그 책을 봐도 문구들의 내용이 좀 더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철학이 눈에 들어오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을 받는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배달 음식을 받는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

태극귄을 배우던 시절, 한 무리의 채식만 하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식당에 가면 홍해가 갈라지듯 육식파와 채식파끼리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집에서 과일과 견과류등을 포장해서 작은 지퍼백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모습도 보았다. 우유조차 항생제 이슈 덕분에 안 먹는다고 이야기 하는 젊은 청년도 보았다. 이들을 보며 오랜만에 우리 영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외계인, 피라미드, 채식. 나는 그 무엇도 관계가 없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 어딘가에 혹시나 존재할지도 모르는 그들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

출근하는 현재인을 깨우는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출근하는 현재인을 깨우는 현재인(팔호광장 인스타그램)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긴장된다. 개학이 가까워 오니 공상과 상상으로 도피하고 있는 나를 본다. 으아아, 드디어 내일 새 학교에 출근한다. 으, 떨린다. 새롭게 뵙는 부장님께 카톡이 왔는데 점심은 전 직원 회식, 메뉴가 돼지갈비란다. 너무 힘든 메뉴다. 원래 돼지고기 안 좋아하는데 비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못하겠지만. 나는 내일 공깃밥만 먹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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