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의 이사 여정기
미국에 산 지 3년째 되던 해, 2015년 여름에 나는 한국을 방문했다. 항상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던 우리 집 아이들 때문에 그때 막 3개월이 된 강아지 롤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흰 바탕에 검은 물방울무늬가 있는 자그마한 강아지용 캐리어를 구입해서, 그 속에 롤리를 넣고 - 아! 그 당시에는 물론 롤리라는 이름이 없었고, 그냥 무명 씨 강아지였던- 시애틀행 비행기를 탔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낯선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비행기 내리기 직전 롤리가 내 바지 위에 실례를 하는 웃지 못할 사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하얀색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를 보고 너무나 좋아하는 나리족 1, 2, 3번의 반응은 그간의 고생을 싹 잊게 할 만큼 대단했다. 나와 우리 가족은 미국 시애틀 옆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 벨뷰에서 8년 반 정도를 살았다. 미국에서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벨뷰 안에서만 총 4번의 이사를 했고, 그 후로는 캘리포니아 플러튼, 어바인으로 이주를 했다. 캘리에 1년 정도 머문 후, 다시 이곳 텍사스 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에서 3년을 지내고, 지금 오스틴으로 이사 오고 네 밤을 잤다. 나에게 이 집은 미국에서의 8번째 집이고, 오스틴은 5번째로 살게 된 도시이다. 롤리에게 이 집은 미국에서의 7번째 집이고, 오스틴은 역시 5번째로 살게 된 도시이다.
미국인들 중에 자기가 태어난 주를 한 번도 벗어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비집을 떠나 하나님이 명령한 땅으로 가라는 명을 받은 아브라함도 아닌 롤리는 미국에서만 벌써 3번째 주, 5번째 도시에서 사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한국을 떠나 미국 땅으로 이주한 글로벌 디아스포라* 나리족의 강아지답게 롤리의 견생 여정은 글로벌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도시로, 새로운 집으로 계속 이주하고 있는 롤리는 어떤 마음일까, 어떤 생각일까 궁금하다. 어디다 갖다 놔도 잘 적응하는 적응력 만렙 엄마와는 달리, 롤리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아이여서 많은 이사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4일째 밤을 보내려고 하고 있는 롤리가 자기만의 스폿을 탐색하고 찾아나가고 있는 듯 보여, 곧 적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어딘가로 가라고 하셨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나에게, 또 글로벌 디아스포라 강아지 롤리에게 이 새로운 도시가 주는 미션은 무엇일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또 다른 내일을 기다려본다.
*디아스포라: diaspora,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