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만 했더라면(3)

형사 소송 사실 확인서

by 슈히

사실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단체 대화방에서 말하자, 허니 오빠가 제지했다. 개인의 대수롭지 않은 일을 확대시킨다는 의견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모임을 탈퇴했다. 개인 연락처를 아는 산악회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확인서에 서명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대부분 무응답이거나 거절했다.

한 번 본 상대들은 특히 그럴 만도 했다. 피곤한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입장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허니: 형사 소송 사실 확인서, 해줬어?

재인: 아뇨, 아직이요. 해야죠.

허니: 사실대로 말해. 중립 지켜. 김신종 꼴 보기 싫은 건 알겠는데.

재인: 오빠, 근데 중립 지킬 게 있어요? 병신이라고 욕한 건 사실이잖아요.

허니: 슈히가 너에게만 보낸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실 확인서 써달라고 했다던데. 이게 가스라 이팅이 아니야?

재인: 가스라이팅이라뇨?

허니: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문제를 왜 다른 사람들까지 연관시키냐 이거지?

재인: 사실 확인서 내용만 보면, 사실 아닌 부분이 하나도 없는데. 이게 왜 연관이에요? 그대로

확인만 해달라고 피해자가 부탁하는 거잖아요. 이걸 목격자로서 외면한다고요? 물론, 외면도 자유지

만 목격자도 용기 내서 나설 때, 사회는 더 정의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면하는 사람도 잘못

된 건 아니에요. 그럴 수 있어요. 애당초, 욕한 걸 변명 없이 똑바로 사과만 했어도 충분히 당사자

들끼리 끝날 수 있는 문제잖아요. 질질 끌면서 핑계 대고, 사과 안 하고 단체 대화방에 통화 내용

까발리고...... 공론화시킨 건 신종 아닌가요? 슈히 언니가 가스라이팅해서 김신종을 몰아간 것도

없죠.


허니 오빠와 재인 씨의 대화 내용을 재인 씨로부터 전달받았다.


지유: 슈히 씨와 김신종 씨 일과 제가 연관성이 있나요? 두분 다 성인이시고, 두분 대화 중에 생겼던 일입

니다. 두분이 소송을 하시든 말든, 진행 사항 1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슈히 씨,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남 원망할 시간에 본인 자신이나 돌아 보시길 바라요. 아무리 화가 나도, 선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요? 정

말 가지가지 하시네요...... 손절했으니, 서로 불편한 얼굴은 앞으로도 절대 안 보고 지냅시다. 건강하세

요!


지유 언니의 생각도 허니 오빠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 방관자들이었다.


재인: 사람들, 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요. 답답하네요, 언니......

슈히: 재인 씨가 처음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조용해요. 개입하기 싫은 거죠. 다들 겁쟁이네요. 허니

오빠 원망 안 해요. 본인 선택이죠, 뭐. 아, 산악회에 허니 오빠 데려온 사람은 바로 나인데......


등산하고, 식사하고, 연락을 주고받았던 언니, 오빠들이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벼랑 끝에서 낭떠러지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 들었다.

'인간관계, 부질없구나...... 하긴,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대가 너무 컸나. 휴, 누구나 정의로울 순 없지! 정의로운 사람은 인생이 피곤하거든.'

슬픔에 젖어있을 때, 사실 확인서를 가장 먼저 써준 사람은 전혀 안면이 없는 회원이었다.


지석: 저는 누구 편도 아니지만, 상황을 보니...... 저런 욕을 한 사람이 사과하지 못한다고 하면, 탈

퇴시키는 게 맞다고 보는데요. 그게 해결 안 되니, 화가 나서 법적 문제 얘기가 나온 것 같네요. 억

울하시겠어요.

슈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욕설을 들으니 분해요......

지석: 재인 님이 편들어 주던데요.

슈히: 네, 재인 씨한테 연락 왔어요. 고소하려는데, 확인서에 서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불편하시

면, 거절하셔도 돼요.


사실 확인서

2022년 8월 15일 월요일, 김신종이 <웃으며 산 타는 등린이 2030> 단체 대화방에서 슈히에게 병신이라고 욕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슈히는 산악회원인 슈히를 칭하는 것을 증명합니다.


날짜:

서명:

연락처:


지석: 문제의 본질이 이게 아닌데...... 단체 대화방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언어폭력을 행

사했고, 고통받아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사실에 입각해서 확인서를 받는 거잖아요. 죄의 높고 낮음

이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방장과 부방장은 무마시키려고 하네요. 슈히 님과 친한 분

들이 오히려 복병이군요. 눈 가리고, 넘어간다고 방이 더 화목해지나......?


지석 님은 사실 확인서에 서명한 것은 물론이고, 기운 내라며 작은 선물을 보냈다. 음료와 케이크 교환권이었다. 기프티콘을 받고, 그만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서명받은 사실 확인서는 딱 세 장이었다. 경찰서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진술을 마쳤다. 난생처음 접수한 고소장이었다.


슈히: 본인 연락처 나한테 누가 알려줬는지 참 궁금하죠? 덕분에 고소장 접수했어요. 1년간 잘 부탁해

요. 계속 볼 테니까요.

신종: 별로요. 한 번이라도 경찰서에 소환되면, 참교육 시켜드리죠.

슈히: 법원이요. 형사 소송, 민사 소송 경험 없나 보네요. 하긴 택배일 하신댔지! 모를 수밖에 없겠네요.

신종: 아이고, 인신 공격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슈히: 자격지심이 있나 보네요. 저는 그런 말은 안 했는데요?

신종: 아무튼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슈히: 본인 연락처 알려준 사람은 기니 씨예요.

신종: 알려준 적 없다고 하네요. 거짓 진술 하나 더 추가되십니다.

슈히: 기니 씨 맞는데요? 훌륭한 인맥인 듯!

신종: 허니 형이 알려줬다는데요? 거짓말하셨네요? 의도가 뭔가요?

슈히: 교란 작전?

신종: 이게 왜 교란이죠? 이해를 못 했네요.

슈히: 본인 이해력이 부족한 듯 보이니, 이해 안 해도 돼요. 단지 정중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신종: 사과는 이미 충분히 전달했어요. 슈히 님 과실도 있으신 것 인정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고소 취

소하시고, 서로 사과 없이 조용히 넘어갑시다.

슈히: ㅈㅅ이 사과는 아니죠. 공손하고 상식적인 사과를 하길 바랍니다. 제가 어떤 과실이 있나요?

신종: 신고한다고 먼저 협박하셨는데, 무섭네요. 어우!

슈히: 신고한다고 협박한 적 없어요. 어제 이미 고소장 제출했거든요.

신종: 네, 알겠습니다. 법원에서 봬요.

슈히: 혹시 사이코 패스는 아니죠? 아니길 바라요. 남에게 욕설을 하고도 이렇게 떳떳할 수 있구나......

신종: 건강 검진은 정상입니다.

슈히: 사이코 패스는 정신의 문제예요. 타인의 감정을 살필 줄 모르고,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게 그 근거예요. 본인 건강 검진 얘기는 왜 한담. 안궁.

신종: 문자 하지 말아 주세요.

슈히: 누군 연락하고 싶어서 그러나요?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우습네!

신종: 문자를 받는 게 공포스럽고, 싫다고요. 범죄라고 생각 안 하세요?

슈히: 범죄를 저지른 건 제가 아니라, 김신종 씨입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하세요.


몇 달 후, 혐의를 인정받아 사건은 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송치됐다. 또다시 긴 시간이 지나고, 검찰청에서 연락이 왔다.

"삼자대면 가능하실까요?"



대화 내용.jpg 허니와 재인의 대화
KakaoTalk_20230908_081022776.jpg 허니와 슈히의 대화(1)
KakaoTalk_20230908_081022776_02.jpg 허니와 슈히의 대화(2)


KakaoTalk_20230908_081022776_01.jpg 기복과 슈히의 대화
KakaoTalk_20230908_081022776_03.jpg 지유, 허니, 재인의 대화
KakaoTalk_20230908_081042952.jpg 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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