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와 명예 훼손의 차이점
슈히: 신종 씨, 나보고 그만 웃어요. 정들어요.
신종: 슈히 님 병신.
슈히: 누나한테 병신이라니......
신종: 오타요ㅋㅋㅋ
슈히: 신종 씨, 말조심하세요.
허니: 신종이 뭐랬어?
슈히: 병신.
신종: 잘못 썼어요. ㅈㅅ. 잘못 누름ㅋㅋ
허니: 경고감.
기니: 신종, 어서 정식으로 사과해......
산악회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들이다. 굉장히 언짢았다. 병신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형아, 혹은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며, 주로 남을 욕할 때 쓴다고 명시되어 있다. 분명, 정드니까 그만 웃으라는 말은 ‘병신’이라는 욕설을 들을만한 문장이 아니었다.
세 살 어린 신종 씨가 내뱉은 ‘병신’이라는 단어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부방장 허니 오빠가 ‘옐로카드’ 사진으로 신종에게 주의를 주었다. 또, 신종의 친구 기니도 정식으로 사과하라며 거들었다. 마음이 술렁였다. 여든다섯 명의 회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갈등은 심화됐다.
당시, 단체 대화방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불쾌해한다면, 그것은 장난이나 농담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부방장 허니 오빠에게 신종의 연락처를 물어 그에게 직접 전화했다.
슈히: 병신이라고 욕한 거, 사과하셨으면 좋겠네요.
신종: 이미 사과했는데요.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슈히: 저도 알려줄 수 없는데요? 사과를 한 게, 혹시 'ㅈㅅ'인가요? 그게 사과예요?
신종: 지금 화내시는 거예요?
슈히: 기니 씨가 얘기했잖아요. 제대로 사과하라고.
허니: 언제요?
슈히: 어제요.
신종: 제삼자가 왜 개입하죠?
슈히: 사람들이 볼 땐, 다들 신종 씨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신종: 그건 본인 생각이죠.
슈히: 되게 뻔뻔한 거 알아요? 왜 욕을 해요?
신종: 제가 오타라고 말했고, 분명히 사과했습니다. 한가하신가 봐요. 전 바빠서, 통화 더 못하겠네요.
신종에게 ‘병신’이라고 욕한 것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끝끝내 거부했다. 기가 막혔다. 분통이 터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음날, 부방장 허니 오빠로부터 연락이 왔다.
허니: 슈히야, 내가 신종 주의 시킬게.
슈히: 신종 씨 그냥 차단했어. 내가 싫은가 보지. 다시 만날 일 없을 듯. 난 병신이란 말 들을 잘못한
적이 없는데. 게다가, 기니 씨가 신종 씨한테 제대로 사과하라고 했는데, 'ㅈㅅ' 이게 진지한 사과
는 아니잖아!
허니: 아, 그렇지. 내가 주의를 살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미안하다.
슈히: 괜찮아. 신종 씨도 누군가한텐 좋은 사람이겠지. 그냥, 어서 잊어야지.
허니 오빠가 신종 대신 사과하자, 상처받은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하지만, 본인의 사과를 받고 싶었다.
'병신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거야?'
무책임하게도, 신종은 모임을 탈퇴해 버렸다. 이런 모욕을 당한 채, 그저 덮어둘 수는 없었다.
부방장 재인 씨에게도 연락이 왔다.
재인: 신종, 방 나갔어요.
슈히: 오, 그래요? 차단해서 나간지도 몰랐네...... 알려줘서 고마워요. 어제 너무 분해서, 잠
도 못 자고 끙끙댔어요.
재인: 그냥 잘못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하면 서로 편할 일을 뭐 이리 질질 끄는지, 애도 아니고......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병신이라는 욕을 듣고 억울하고 속상했다. 고작 한 번 본 회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고맙게도 그는 상식적인 반응을 보이며 위로했다.
진섭: 오타라고 하기엔 너무 대놓고 욕했는데요?
슈히: 그러게요. 누굴 바보로 아나......
진섭: 글자가 너무 정확한데, 어딜 봐서 저게 오타인지? 이해가 안 돼요. 핑계를 대려면 다른 핑계를 대
야지. 오타는 아닌 것 같아요.
슈히: 다들 그리 생각해요. 그냥, 차단했어요. 상종하기 싫어요.
진섭: 나이 먹고 저게 뭔 ㅈㄹ인지...... ㅈㅅ이 어딜 봐서 진정성 있는 사과죠? 말이 안 되네요......
슈히: 공감해 주고, 편 들어줘서 고마워요.
남의 마음을 벌집 쑤셔 놓듯 혼란스럽게 만들고, 무책임하게 모임을 탈퇴한 신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욕죄는 세 명 이상이 모였을 때, 공연성이 있다. 피고와 원고 그리고 회원 약 팔십 명들이 이 사건을 목격했다. 이로써, 모욕죄가 성립된다. 모욕은 자칫 명예 훼손(형법 제307조)과 혼동할 수 있는데,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모욕은 단순한 욕설이고, 명예 훼손은 구체적인 표현이 따른다.
신종은 욕을 했고, 이로써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병신’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을 얕잡아 욕하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인 기준으로 인격적 모욕이 분명하다.
경찰서에 가서 상담 받았다. 공연성을 증명하기 위해 산악회원들의 사실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확인서는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확인서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큰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