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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n 21.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1)

백두산에 가게 된 계기

  작년 하반기에, 귀남 오빠가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백두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고픈 곳이 참 많은 사람이다. 사실, 그땐 백두산에 대해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아는 산악회원들이 차례로 백두산에 다녀왔다. 한 명은 연말에, 다른 한 명은 새해에 갔다. 하지만, 폭설로 인한 통제 탓에 안타깝게도 천지를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니, 여름에 가지 않고 왜 겨울에 갔담...... 동절기가 비수기라서 저렴해서 간 건가? 하마터면 얼어 죽을 뻔했겠네......'

  그들이 다녀오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백두산에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한창 백두대간을 다니는 터였다. 현재 77좌 달성했고, 연말에 완등 예정이었다. 그 백두대간의 시작점은 바로 백두산이다.

  '백두산이라...... 백두대간 완등식을 여기에서 하는 건 어떨까? 아무래도 가기 힘든 곳이니,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영상에서 본 정보에 의하면, 백두산의 날씨는 여름을 제외하고 내내 춥다고 했다.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원래부터 비와 눈이 흔한 악천후였다.

  '이런, 반드시 여름에 가야겠네. 그럼, 생일 기념으로 6월에 가야지!'

  귀남 오빠에게 말하자, 그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다랑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휴가 기간인데, 이때 가자. 6월에 가면 손해가 극심해. 근무날에 휴가 내서 여행 가는 건, 곤란해."

하지만, 그 시기엔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는 성수기라서, 물가가 급격히 치솟는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가격 차이는 두 배 이상이었다. 여행비를 부담스러워하자, 다랑은 돈을 보태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6월에 가는 것으로 밀어붙였다. 출발 3개월 전부터 상의해서 날짜를 정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백두산 단체 관광 상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그중 가장 저렴하고, 일정이 알찬 상품을 골랐다.

  '첫째 날에도 둘째 날에도 연달아 천지에 가는구나. 이 정도면 이틀 중 하루는 천지를 볼 수 있겠지! 천지 보기가 굉장히 어렵다던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몇 년 전에 백두산에 갔으나, 안개가 짙어서 천지를 전혀 볼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성수기에 갔다. 백두산에 갔으나, 무자비한 날씨 탓에 허탕 친 지인들이 이렇게 셋이나 된다.

  '난 꼭 성공할 거야! 첫 도전에 반드시 천지를 보고야 말겠어!'

  백두대간 완등식을 앞당겨하는 자리이니 만큼, 기대가 컸다. 산악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완등식을 축하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 같았다. 야망을 품고, 출국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시간은 쏜살같이 달려, 어느덧 출발 당일이 됐다. 2024년 6월 14일, 생일 다음날 아침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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