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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15. 2024

사람 귀한 줄 몰라서(2)

전화통 붙들고 하소연

슈히: 작년 12월부터 K동 주민센터에서 OOOO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땐, Y구에 거주지나 근무지가 있으면 된다고 안내받았거든요. 사는 곳은 Y구가 아니지만, 근무지가 Y구라서 그 자격으로 수강 가능했죠. 제가 D구에서도 교육을 받는데, 거긴 거주지 안 물어봐요.

남직원: 재량껏 운영하는 거죠.

슈히: OOOO 수강 잔여석이 남아 있냐고, K동 주민자치회에 물었어요. 그랬더니, 한 자리 비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일 갈 예정이었어요. 근데, 저보고 Y구 사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안 된다고 하더군요. '작년 12월에는 Y구 근무자도 수강 가능하다고 해서 배웠는데, 지금은 왜 안 돼요?' 하고 물었더니, '그냥' 안 된대요. 기가 막혀서! 답답한 마음에 시청으로 문의한 거예요.

직원: 원래 동 별로 자체 운영하는 건데, 거절 사유가 납득하기 어려우시면 구청에 전화해 보세요. 기준을 시청에서 마련한 건 아니라서, 시청에서 관여할 순 없는 문제거든요. 혹시, Y구청 담당자와는 통화해 보셨나요? 

슈히: 담당자는 출장 중이래요.

직원: 전화번호는 아세요? 000-0000.

슈히: 담당자 성함은 어떻게 돼요?

직원: 그건 말씀 안 드릴게요.

슈히: OOO 주무관님 아니에요? 성함 좀 알려주세요.

직원: 왜 그러냐면, 최근에 직원 이름 공개했다가 문제가 돼서......

슈히: 네?

직원: 홈페이지 가서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고......

슈히: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경청 태도가 좋고, 비교적 친절한 남자 직원이었다. 직원 실명을 공개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질문하면 직원이 곤란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넘겼다. 직원이 일러준 번호로 전화했으나, 팀장이라는 사람은 부재중이었다.



여직원(K): 타 구민은 수강 불가하대요.

슈히: 그럼, 작년에는요?

직원(K): 작년엔 선생님의 편의를 봐드려서, 수강 가능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안 되는 게 원칙상 맞아요.

슈히: 작년에는 Y구 근무자도 수강 가능하다고 해서 배운 거였어요. 황당하고, 언짢잖아요? 작년에도 됐고, 올해에도 됐는데 왜 갑자기 안 된다는 건지? 12월부터 2월까지 수업 들었거든요? 주민들이 강사 교체 요청해서, 강사가 바뀌었어요. 3월은 한 달 휴강하고, 4월부터 새 강사와 수업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요.

직원(K): Y구민만 가능하다고 하니까, 양해 부탁드려요.

슈히: 팀장님은 언제 들어오시나요?

직원(K): 팀장님 들어오시면, 전화드릴게요.



  그러나, 몇 시간 후에도 팀장이라고 불린 이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수차례 전화했으나, 10분 이내로 들어올 거라던 팀장은 여전히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팀장과 대화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계속 다른 직원들과 통화하게 됐다. 



슈히: 주민 자치회 직원이 바뀌었어요. 담당자가 바뀌면, 뭐든지 바뀌는 건가요? 

여직원(Y): 그게 아니라, 원래는 안 되는데 작년 담당자가 허용한 것 같아요. 반면, 올해 담당자는 규정을 확실히 지킨 거죠. 타 구민은 수강 불가한데, 작년 담당자는 선생님 편의를 봐드린 거죠.

슈히: 수강 가능자 우선순위는 1위가 K동 주민, 2위가 Y구민이에요. 재직 여부는 아예 무관하죠. 작년 담당자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잔여석을 채운 거예요. 근데, 올해 담당자는 융통성이 없어서 '넌 무조건 안돼!' 이거죠. 납득하기 어려워요. 처음부터 그냥, 안 된다고 했으면 안 갔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진 수업을 들었어요. 근데, 5월부터 다시 가려니까 거부됐어요. 이건, 부당하잖아요.

여직원(Y): 주민 자치회에 전화해서, 설명 듣기를 원하신다고 전할게요.

슈히: 설명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지침은 명확히 알겠어요. 신분증 확인해서 주소 확인한 적도 아예 없어요. 아는 언니가 거기서 수강 중인데, 그런 적 없대요.

여직원(Y):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슈히: 어차피, 그분들은 개선할 마음이 없어요.

여직원(Y):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거라서, 저희가 지시를 내릴 수가 없어요. Y구민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잖아요.

슈히: 제 생각엔 OO님이 이의를 제기하신 것 같네요. K동민들이 텃세가 심해요. 저한테 어디 사냐고 묻길래, XX동 산다고 했더니 표정이 떨떠름하시더라고요. OO님이 내부에 건의해서 기준이 강화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어요.

여직원(Y): 알겠습니다.

슈히: 수고하세요.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이라서, 공무원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나 참...... 다 같은 시민인데, 이렇게 구별로 나눠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나? 고작 이것 때문에 Y구로 이사 갈 수도 없고......'

타 구에서 D구로 전입한 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이었다. 게다가,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치도 없었다.


  세 번째로 전화하자, 팀장과 드디어 통화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바빴다며, 변명했다. 뻔한 핑계임이 분명했지만, 우선순위를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련하시겠어...... 누군 한가해서 이러고 있나?' 

팀장의 대답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선생님을 배려해 드린 거고, 혜택을 받으셨던 거예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했다.

  "이런 경우에 무단으로 수강하면, 어떻게 되나요?"

  "K동 주민 자치회에서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긴 한데, 일단 업무 방해, 주거 침입, 퇴거 불응이라는 죄명이 떠오르네요. 누군가 업무 방해로 신고하면, 경찰이 출동할 수도 있어요. 주민 자치회 측에서는 어디까지나 혜택과 호의를 베푼 거였잖아요. 그런데, 타 구민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걸로 보인다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죠."

  죄명이 한 개도 아니고, 무려 세 개나 성립된다니, 놀랐다. 무단으로 수강하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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