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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떠난 하노이(3)

흐엉 리엔으로 가는 길

by 슈히 Feb 09. 2025

  흐엉 리엔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울창한 녹음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프랑스풍의 건물들은 조화로웠다. 하지만, 건물들은 외관만 봐도 매우 비좁았다. 협소한 발코니와 손바닥 만한 작은 창문들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윽, 저런 좁은 곳에서 어떻게 살지?'

발 디딜 틈도 없는 좁은 방에서 지낸 경험이 있어서, 신물 났다. 

  성 요셉 대성당을 지나는데, 감격스러워서 탄성을 질렀다.

  "우와, 멋있다!" 

성당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관광객들이 즐비했다. 대성당 인근에 숙소를 얻은 덕분에, 오며 가며 대성당의 장엄한 모습을 다수 만끽할 수 있었다. 첫날엔 해 질 녘의 모습과 한밤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으리으리한 외관을 접하니, 마치 유럽에 온 착각이 들었다.

  '유럽엔 대체 언제 가본담!'

  낡은 건물들이 상당히 눈에 자주 띄었다. 때 묻고 지저분한데, 한편으론 고풍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더러운 초록문, 어딘지 모르게 매력 있지 않아?"

피사체를 촬영했다. 앞서 가던 다랑도 잠시 멈췄다. 그는 20XX 년에 XX만 원에 중고 구매한 DSLR을 가져왔는데, 결과물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음, 사진이 너무 어둡네. 초점도 흔들리고."

  "요즘엔 스마트폰 화질이 더 좋아. 무거운데, 괜히 가져왔나?"

  "그러게. 짐이네."

  호엔키엠 호수를 지났다. 목요일 늦은 오후였는데, 어찌나 사람이 붐비는지 과연 하노이의 넘치는 인구 밀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연휴라서 그런 거야, 원래 여기가 이렇게 인기 있는 곳인 거야?'

  하노이와 호찌민의 인구와 면적을 비교하자면, 호찌민에 비해 하노이는 면적이 매우 작다. 그런데, 인구는 많다. 하노이의 인구는 약 850만 명이고, 호찌민의 인구는 약 930만 명으로 둘 다 엄청난 숫자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인구 또한 약 930만 명(2024년 12월 기준)이다.

  '어휴, 너무 번잡해. 역시, 한가한 게 최고야! 어서 여길 벗어나서, 귀가하고 싶다.'

인구 150만 명 남짓한 도시의 거주자인 게 천만다행으로 여겨졌다.

  호수 한 구석엔 작은 회색 건물이 덩그러니 서있었다.

  "저건 뭐야? 배도 없고, 다리도 없네. 그럼, 저긴 아예 못 가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하노이 전설에 등장하는 거북이를 기리는 거북탑이었다.



  레왕조(黎王朝)를 세운 레러이(黎利)는 옥황상제에게 신검을 받아 명나라의 지배에 대항하는 전쟁(1428)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전쟁을 마치고 어느 날 호안끼엠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는데 커다란 금거북이가 나타나 신기하게도 신검을 회수해 사라졌다고 한다. 그 뒤로 이 호수이름을 검을 돌려보냈다는 뜻으로 호안끼엠(還劍)이라 불렀다고 한다. 6백여 년 전의 영웅 스토리가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듯 옥산사 안에는 2미터나 되는 거북이가 박제되어 있고 호수에는 거북탑이 있으며 호수에는 금거북이의 후예인 듯한 거북이들이 살고 있다.(https://www.moneys.co.kr/article/2019022111528046005)



  호숫가에 만발한 꽃들을 바라보며 걸었다. 이번엔 시야에 큰 건물이 들어왔다.

  "다랑, 저건 무슨 건물이야?"

다랑이 지도를 보더니, 대답했다.

  "우체국이네."

  "아, 그래? 비교적 평범하네."

호찌민 사이공 중앙 우체국을 떠올리며 말했다.

  호엔키엠 호수에는 잡상인들이 많았다.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남자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담배 상인이었다.

  '장사는 안 하고, 딴전을 피우는군. 주식 투자라도 하나?

  그다음 발견한 것은 동네 개들이었다. 총 3마리였는데, 그중 2마리가 서로 엉겨 붙어 있었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묶여 있는 애를 왜 괴롭히고 그래......"

목줄에 묶인 개는 덩치가 작아서인지, 힘이 달렸다. 불쌍했다. 기세가 기우는데도, 표정이나 태도는 대조적으로 명랑해 보였다. 한편, 가장 큰 몸집의 한놈은 다툼에 가세하지 않고 덤덤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가 자세를 낮춰 개들이 싸우는 모습을 살피자, 얌전히 서있던 덩치 큰 개가 내게 다가왔다.

  "누나, 조심해!"

  다랑이 소리치자, 순간 움찔했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별로 겁을 내지 않지만 들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놀라서,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별일은 없었다.

  또, 고양이도 한 마리 만났다. 낯을 보니 순하고 어려 보였는데, 역시 목줄에 묶여 자유가 없었다. 모래가 담긴 상자가 고양이 바로 옆에 놓여 있었는데, 화장실과 내내 함께 지내는 꼴이었다.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인사하니, 고양이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향해 씩 웃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함롱 성당이었다. 도로를 건널 때 마침 그곳에 성당이 있길래, 그냥 지나치긴 아쉬워서 방문한 곳이었다. 크고 흰 별과 둥근 조형물들이 주렁주렁 장식되어 있었다. 국내에서 흔히 보던 성당과는 다른 이국적인 모습이라서, 신기했다. 성모상을 지나 누군진 알 수 없지만 어떤 성인이겠거니 싶은 동상을 살피는데, 다랑이 소리쳤다.

  "여기 매가 있어!"

  처음엔 매가 새를 의미하는 건지 모르고, 회초리로 오해했다.

  '막대기가 어쨌다는 거야......'

다랑이 계속 외치길래, 나중에 몸을 숙여 보니 어둠 속에서 말없이 눈을 빛내는 맹금류가 한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새는 묶여있지 않았다. 조류의 발 밑엔 우리 안에 갇힌 작은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본 나머지, 더 알고 싶지도 않아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시장했다. 워낙 다량의 정보를 짧은 시간에 접한 까닭에 슬슬 피로해지는 터였다. 잠시 후, 고대하던 흐엉 리엔에 마침내 닿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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