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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Apr 30. 2021

[칼럼] 신상정보공개제도에 대한 단상

성범죄 재판에서는 '형사처벌'과 함께 '부수처분'이 함께 선고됨


성범죄로 인한 형사재판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구형함과 동시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 신상정보등록 및 공개·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의 '부수처분'도 함께 청구하게 된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의뢰인들은 대개 선고형뿐만 아니라 복잡다단한 부수 처분들에 당혹해하며, 혹시나 자신에게 신산정보공개·고지명령이나 취업제한명령이 선고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판결에서 형을 선고받는 것과 별개로 신상정보공개로 인한 일상에서의 사회적 제약을 더욱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부수처분' - 신상정보등록, 신상정보공개, 신상정보고지 등


일단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신상정보등록은 피할 수 없다.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자신의 성명, 주소, 직업, 신체정보, 소유차량 등의 신상정보를 관할경찰관서에 제출하여야 하고,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성범죄 경력정보 및 전과사실 등과 함께 수사기관에 등록·보관된다. 또한 신상정보의 공개·고지명령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 등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아울러 성범죄자의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일정한 지역에 '우편물'로 고지된다.


2005년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라 신상정보공개제도가 처음 도입된 당시만 하더라도, 신상정보공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간, 강제추행 등 일정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중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다가 2012. 12. 18.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이 전부개정되면서, 2013. 6. 19.부터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성범죄도 모두 신상정보등록 및 공개·고지의 대상범죄로 포함되었다(2013. 6. 19.부터 성범죄 관련법제가 전면 개정되어 친고죄 규정도 폐지되었다).



신상정보공개제도에서 수반될 수 있는 여러 문제들


신상정보공개제도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성범죄자가 입는 피해보다 잠재적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공익이 더 우월하고 중대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상정보공개제도가 성범죄 예방이라는 목적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을 범죄예방의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신상정보공개는 정식형벌은 아니라 하더라도 범죄자에게 모욕을 주는 수치형벌의 성격이 있고, 신상정보가 공개·고지됨에 따라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범죄행위와 무관한 가족들도 사실상의 처벌을 받게 되는 점에서도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성적 언동에 대하여도 형사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도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됨과 동시에 신상정보공개·고지명령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태양은 매우 다양하고, 개별 행위유형에 따라 재범의 위험성 및 신상정보등록 필요성은 현저히 다름에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불법성이 경미하다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필요적으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도록 규정한 구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법률규정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을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6. 3. 31.자 2015헌마688 결정 참조).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신체적 접촉이 수반되지 않는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신상정보 등록대상 범죄에서 제외하거나, 일정한 요건에 따라 신상정보등록을 면제하는 등의 「성폭력처벌법」 및 「청소년성보호법」의 개정이 이루어져 현재 시행되고 있다.


다만 개정 법률에 의하더라도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그 불법성이나 책임이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대부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게 된다. 이는 성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신상정보의 등록대상범위를 지나치게 넓힘으로써,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명예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신상정보공개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함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 비추어 보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는 매우 엄하게 처벌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피고인이 비교적 경미한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신상정보가 공개되거나 지나친 취업제한명령으로 인해 피고인이 사회생활상의 지위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할 때 성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성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신상정보공개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방향으로 관련법제들을 보완해 나가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http://www.knstv.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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