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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Mar 04. 2023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법률규정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의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위헌결정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는 2023. 2. 23.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법률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강제추행과 관련된 성범죄 및 주거지에서의 스토킹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법원과 수사기관도 성범죄 및 스토킹 사건들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주거침입강제추행죄에 대하여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인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은 주거침입죄를 범한 사람이 그 상황을 이용하여 성범죄(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죄 등)를 저지른 경우에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의 상황에서 성범죄까지 범하였다면, 그 죄질이나 행위태양이 극히 불량하다고 보아 이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를 널리 보호하고자 형법상 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죄가 예정하는 행위유형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취지의 판결은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법정형의 하한을 '7년'으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할 경우,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A(남성)와 B(여성)이 함께 술을 마신 후 A가 B의 집 앞까지 바래다준 상황에서 추행행위 또는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A의 입장에서는 술자리에서부터 분위기가 좋았고 B도 나름대로 이성적인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여 집까지 바래다주는 과정에서 스킨십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B의 입장에서는 A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불쾌감을 느꼈고, A가 집 근처까지 따라와 더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해보자. 만약 B가 사건 직후부터 경찰신고를 하고 일관되게 피해사실을 호소한다면, A는 피의자로 입건되어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A에게는 형사상 어떤 범죄가 성립하고, 그 처벌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A에 대하여 형법상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는지부터 살펴보자.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강제추행 및 기습추행의 성립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어깨를 만지거나 손을 잡는 행위도 구체적 상황 및 그 경위에 비추어 강제추행 및 기습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 위 사안에서도 A가 B에게 가벼운 신체접촉을 했다 하더라도, B가 곧바로 경찰신고를 하고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사실을 호소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에 대하여 강제추행죄 및 기습추행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A에게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인정될까? 우리 법원은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또한 대법원은 공동주택에서의 공용 부분(계단이나 복도), 건조물에 인접한 주변의 토지(위요지)도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 법원은 주거침입죄에서 '주거의 의미'에 대하여 일상적 숙식의 공간보다 비교적 넓게 해석하고 있고, 주거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창문을 통해 방안을 엿보는 경우 등 사실상의 평온을 해친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 사안에서도 A의 추행행위 및 신체접촉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계단이나 복도에서 이루어졌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 A위 행위가 건물 주변에서 일어났다 하더라도 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쳤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인정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렇다면, A에게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인정될 수 있을까? 성폭력처벌법은 주거침입강제추행에서 법정형의 하한을 ‘7년’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법원이나 수사기관으로서도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의 인정여부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위 사안에서 ➀ 두 사람이 주거지로 이동하게 된 경위, ➁ B의 명시적·묵시적 거부의사가 있었는지, ➂ 추행행위나 스킨십이 일어나게 된 제반경위나 객관적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선고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사건에서도 A에게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인정되어 '7년 이상의 실형'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A에게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면, 불법과 책임의 정도가 경미한 사정이 있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신상정보등록 및 공개·고지, 취업제한, 전자발찌 착용 등과 같은 강력한 제재수단도 함께 부과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는 모두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한바, 이들이 결합된다고 하여 행위 태양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법정형의 폭은 개별적으로 각 행위의 불법성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할 필요가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여 경미한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의 경우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하다.』고 설시하며,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23. 2. 23.자 결정 참조). 헌법재판소의 설시내용처럼, 불법이나 책임의 정도가 경미한 범행의 경우에도,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여 모두 강력범죄 수준의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성범죄나 스토킹범죄로 큰 피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관련 법제들을 마련함에 있어 형법의 기본가치를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노력도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행위들을 간과한 채 ‘법정형’만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는 식의 개정입법은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나아가, 성범죄 및 스토킹 범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누구든지 납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처벌규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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