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해도 될까?’라는 글을 작성하여,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 올바른 대처법을 소개하였다. 조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을 호도하는 의도적인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방어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의뢰인들은 헌법상 인정되는 권리와 수사절차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검사나 수사관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일관된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으로부터 불기소처분(불송치, 무혐의, 기소유예 처분 등)을 받으면 형사사건이 수사과정에서 종결되겠지만,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공소제기 되는 경우에는 형사 법정에 피고인으로 출석하여 재판을 받게 된다. 피고인으로서는 형사 법정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혹시라도 판사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재판부가 괘씸하게 생각하여 법정구속 되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더군다나 피고인들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나 수사관으로부터 집요하게 추궁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러다 보니 재판 경험이 적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형사 법정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형사 법정에서는 거짓말을 해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고인의 지위'에서는 범행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거나, 일체의 진술을 거부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당사자평등 및 무기대등의 관점에서 1)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 권리(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 2)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86조) 등 일정한 권리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도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하여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으며,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인격적 비난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형사소송에서의 '피고인의 지위'라 하더라도 거짓 진술이 무제한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서는 매우 곤란하다. 즉, 방어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허용되지만, 공판과정에서 재판부를 호도하는 수준의 의도적인 거짓말을 지속한다면, 속칭 ‘괘씸죄’로 가중처벌을 받거나 ‘미운털’이 박혀 재판 진행이 원만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도 ‘피고인의 행위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 등 참조).
2. 증인이허위의 증언을 하는 경우
피고인은 형사재판을 받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거짓 주장을 하거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3자의 지위에 있는 증인'이 법률상 선서를 하고 의도적으로 허위의 증언을 하면 형법 제152조 제1항의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증인이라 함은 법원 또는 법관에 대하여 자신의 과거의 경험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를 일컫는데, 형사피고인은 증인에게 요구되는 제3자성이 결여되어 위증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즉, 형사피고인에게는 당해 재판에서 사실만을 진술할 것을 강요할 수는 없으나, 제3자 지위에 있는 증인이 의도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한다면 국가의 사법기능을 곤란하게 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형법상 위증죄로 처벌되는 것이다.
형사재판을 받는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을 위하여 그의 변명에 부합하는 허위의 진술을 증언하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결코 아니 된다. 형사 법정에서는 재판부와 공판 검사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증인신문절차가 진행되는데, 의도적인 거짓말은 반대신문 절차 및 재판부의 신문과정에서 들통날 수밖에 없다. 만약 증인이 의도적·적극적인 허위 진술을 한다고 판단되면 공판 검사가 위증죄로 인지하여 입건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3.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경우
그렇다면, 공범이나 공동피고인이 여러 명인 사건에서, 공동피고인 상호 간에 증인으로 선서하여 허위의 증언을 한 경우에도 위증죄가 성립할까?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천명하고 있는데,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증언의무를 부담시키고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실무에서는 공범이나 공동피고인들 사이에 공모관계나 가담의 정도에 다툼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고인신문과 별도로 공모관계에 대하여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당해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 등 참조). 즉,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피고인 상호 간에도 진술거부권을 최대한 보장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그 사이에 공모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예외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당해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이 있게 된다.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증언해야 하는 경우라면 공모관계나 가담의 정도에 있어서는 과거 경험대로 사실만을 진술하여야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으며, 자신이 형사처벌받을 수 있는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증언거부권(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60조)'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자기의 형사사건에 대한 위증교사
형법 제152조 제1항의 위증죄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되는데, 자기의 형사사건에서 제3자를 교사하여 위증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 위증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는 행위는 피고인의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위증을 하면 형법 제152조 제1항의 위증죄가 성립되므로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위증죄를 범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방어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교사범의 죄책을 부담케 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도5114 판결 등 참조).
일각에서는 당해 피고인은 위증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위증교사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자기의 형사사건에서 스스로 허위의 주장을 하는 것과 제3자를 내세워 허위의 진술을 하도록 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피고인이 범죄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위의 알리바이’, ‘허위의 인물’을 만들어낸다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피고인이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위증하게 한 경우에는 위증교사죄가 성립함이 타당하다.
얼마 전 필자가 수행한 사건에서는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뢰인을 변호하여 무죄를 이끌어 낸 사건이 있었다. 수사기관은 의뢰인이 제3자에게 허위 증언을 부탁하며 그 대가로 일정한 이득을 취했다고 보아 위증교사로 기소하였다. 필자는 공판절차에서 제3자 및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여, 위증교사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재판부는 변론내용을 받아들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