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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에서 태국까지

by 리안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라는 섬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가는 직항은 자카르타와 발리뿐이었다. 우리는 싱가포르를 경유한 뒤, 롬복으로 들어가야 했다.

오래전이고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때 본 싱가포르는 우리 부부의 기억에 깊이 남았다.


세상의 좋은 것들은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은 법.
그래서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어렵지 않게 싱가포르로 정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여전히 비쌌다


싱가포르는 그때도 비쌌고, 지금도 비쌌다.
비행기 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숙소였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캡슐 호텔이나 위생이 걱정되는 숙소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조건을 좁히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호텔조차 1박에 20만 원을 훌쩍 넘겼다.
한정적인 예산이기에 지혜롭게 돈을 써야 했다.

나는 며칠 동안 대한민국 대표 포털 사이트와 글로벌 검색 엔진을 총동원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은 각국 카드사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항공사 마일리지를 모으듯이, 호텔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법도 있었다.
우리는 동남아 지역에 많이 위치해 있는 한 호텔 체인을 선택하고,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호텔과 제휴된 카드로 결제했다. 주 생활비 역시 모두 같은 카드로 결제했다. 그렇게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싱가포르 이후, 어디로 갈까?


처음에는 호주를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연애 시절,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익숙한 곳이지만, 여행 시기가 여름이다 보니 호주는 겨울이 시작될 참이었다.
"수영 마스터가 되겠다"는 아이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운 나라로 가야 했다.


두 번째 후보는 인도네시아 발리.
코로나 직전, 아이와 함께 발리를 여행한 적이 있었고, 그때 우붓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발리의 물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훌쩍 뛰어 있었고, 그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던 중, 나는 새로운 루트를 발견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육로 이동이 가능했다.

한국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처음엔 낯선 경로였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높은 인건비로 인해 매일 말레이시아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트레인과 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나라를 넘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버스를 타고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기로 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마지막 여행지까지


쿠알라룸푸르는 어디로든 가기 좋은 곳이었다.
비행기 표도 저렴했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유명한 여행지도 많았다.
우리는 몇 개의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마지막 여행지로 방콕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방콕에서 돌아오는 항공권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었다.
우리는 여행 루트를 지도에 표시해 보며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여행 루트를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여름방학을 활용하기 위해, 방학 전후로 체험학습을 신청하기로 했다. 성수기를 피한 날짜에 맞춰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고,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호텔 포인트와 프로모션으로 받은 무료 숙박권을 싱가포르 숙소 예약에 아낌없이 사용했다. 싱가포르 이후의 숙소는 여행하면서 정하기로 했다.

계획형 인간인 나로서는 불안한 결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도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어서, 쿠알라룸푸르와 방콕의 호텔을 미리 찾아보고 구글 지도에 몇 군데를 저장해 두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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