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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시 히비스커스 Apr 26. 2021

네가 헤어진 이유

내가 헤어졌던 이유

그렇게 세상 시끄러운 오토바이를 타니 1군까지 15분이 걸렸다. 그렇게 나는 내 개인 운전기사에 사례를 하기 위해 회사 근처 커피숍으로 리를 옮겼다. 지금이야 나도 P도 서로의 언어와 발음에 적응을 했다지만, 그때는 무척이나 빠른 그의 억양과 다채로운 수식어로 그의 말 중 60% 정도 이해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말이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여자 친구 이야기란 것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3년을 만난 그녀가 3달 전 큰 싸움 후 하노이로 떠나버렸다고 했다.


36살의 연애, 이렇게 또 착각으로 끝나는 건가?



베트남에서 만나는 전 세계 남자들은 다들 약간의 왕자병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30대 중반 이쁘지도 않고 좋은 몸매도 아닌 나는 그렇게 마치 프린스라고 착각하는 세상 남자들의 장난에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들도 나도 모든 만남이 쉬웠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그 호기심을 뛰어넘는 무엇이 없이 끝나버리는 관계가 지겨워질 때 만난 것이 P였다. 그의 선한 얼굴과 착한 말투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가드 없이 그는 프린스가 아닐 거라 믿었던 내 착각일까?


"P, 그래서 너 T를 다시 만나고 싶어?"


나는 어색하게 네가 원한다면 여자 사람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의미로 (Generous  누나 코스프레를 하고) 물었다.


"아니,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어. 그래서 아침에 널 데리러 간 건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이유가 정말 무엇인지 몰라 30대 중반 누나에게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내가 궁금하긴 하구나.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P의 전 여자 친구 T는 나보다 무려 12살이 어린 20대 초반의 착한 눈망울을 가진 베트남 여자였다. 많은 아픔이 있는 사람 같았고,  사랑의 표현 방식이 집착이었던 사람인 듯했다. 어쩌면 따듯한 P가 나보다 그녀가 더 필요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공식적인 연애를 시작한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P는 오늘 저녁은 T를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 이유는 함께 기르던 고양이가 너무 보고 싶다는 T의 요청과, P는 그런 그녀와 정말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한 적 있었다. 내가 만약 20대였다면 어림없는 소리라고 딱 잘라 거절했겠지만, 나는 어린 T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연애는 집착이 사랑인지 알았고 그렇게 다투고 싸우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내가 떠나게 되었고, 시간이 또 지나 보니 그 사랑에 대해서 끝내야 할 때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


내 26살 봄의 이별이 생각났다. 3년의 연애, 헤어짐.

그리고 헤어지고 정확히 2달 후 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윈도 CD를 돌려주고 싶다는 핑계로 종로 3가 치킨집에서 3달 만에 그를 만났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붙잡고 싶다고 펑펑 울었지만, 그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해서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던 그날 저녁이 생각나 왠지 더욱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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