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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시 히비스커스 May 13. 2021

네 이름은 두정혁

지독한 한국 드라마 중독자의 한국 이름

슬로바키아 그리고 한국 정말 연결고리라고는 찾을 수 없는 두 나라에서 온 90년생(P)과 80년생(나).


외국인 남자친구와 연애를 한다고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말은 잘 통하나요? 답답하지 않아요?"이다. 왜 그렇지 않겠나? 가끔 비 오는 날 김치전에 막걸리를 먹으며,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떠들고 싶지만, 김광석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슬로바키아란 한국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가진 나라, 그리고 삼성도 TV 공장을 차린 나라 정도가 전부이다. 그에 비해 P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 모두 드라마와 영화 때문인데, 그의 지독한 K 드라마 사랑이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연결 고리이다. 


우리의 초반 데이트 시절은 코로나가 막 창궐하여  호치민도 락다운으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그때 P와 나는 퇴근 후 요리하고 산책 후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게 다였다. (그때는 사실 그것만 해도 좋았지...)

 

그는 조선 좀비도 싫고, 갱스터 경찰 이야기 보단 지독한 K 로맨스를 좋아했고, 우리는 넷플릭스의 로맨틱 한국 드라마는 도장깨기 마냥 하루에 3-4편을 몰아 봤다. 그때 둘 다 너무 푹 빠져 봤던 드라마가 현빈 & 손예진의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특히 손예진은 "내 머릿속 지우개"시절부터 좋아하는 P는 최애 한국 여배우이기 때문에 Must  봐야 했다. 남에서 온 여자, 북에서 온 남자. 뭔가 P와 나의 스토리 같았고, 그에게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을 설명하기도 좋았다. 사랑의 불시착을 본 이후  P는 시도 때도 없이 "리정혁 씨 ~~ "라고 조철강(오만석)을 따라 했다.

그렇게 드라마가 끝나갈 때쯤, 문득 나는 P의 한국 이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P의 한글 이름.

그의 슬로바키아 성 두로비치의 , 그리고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현빈의 극 중 이름 정혁.

혹시 슬로바키아에서 온 195cm에 현빈처럼 잘 생긴 P를 만난 다면, 두정혁이라고 불러주세요.

내 사랑 두정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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