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 Aug 11. 2021

가족이라는 건,

그걸 가까운 관계 속에서 찾는 거뿐이지.


가족이라는 건 남들이 그랬으면 흔히 넘어갔을법한 일도

우리가  피로 맺어진 사이이기 때문에 '닮았다' , '내 안에 부모의 어떤 점이 내재되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름의 오후였다. 시골 할머니 댁이었고,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내려가 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 , 나와 언니는 밖을 나와 걸었다. 관광지였던 할머니 집은 조금만 나오면 편의점이 있고, 카페가 있고, 온갖 식당들이 모여있었다.

언니는 나에게 <커피 먹고 싶다>라고 말했다. 저 멀리 담배를 피우고 있던 많은 사람들 틈에 아빠가 보였고 아빠는 우리를 발견하자 큰 소리로 '가서 커피 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웃겼다. 언니에게 <아빠랑 언니는 어쩔 수 없이 닮았나 봐>라고 말했다. 언니는 조용히 하라며 자기도 아빠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이 난다고 말하는 거였다. 밥 먹고 흔하게 먹는 것이 커피인데, 언니와 아빠 그리고 나는 우리가 닮았다 라고 생각했다.




부모가 못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건 힘든 일이다. 이건 폭력과 같이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을 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이 그런 거였다. 우리 아빠는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술을 먹고 손을 드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빠는 우리 자매들을 한 번도 손지검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꽤나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 시절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느껴야 했던 무력감은 아빠가 20대, 할아버지가 50대가 되고서야  끝이 나버렸지만 아빠는 50대를 훌쩍 넘은 지금도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근데도 아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불쌍해한다.


자식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행동에 이유를 찾아준다. 아빠도 아빠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야. 엄마는, 그 시절의 여성들이 다 그랬으니 그런 거야 라고 말이다.


부모의 어떤 점은 나에게 발현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옥죄어 오기도 한다. 성적이 을 때면 자주 '' 나던 집안의 자식은,  자식의 자식이 성적이 낮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때리게 될까  아예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부모의 나쁜 것들을 기어코 닮아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싫어서. 나로서 끊고 싶어서.


우리 모두는 불안정하다. 부모라고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가족이기에 닮아있다기보다는, 인간이기에 모두가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걸 가까운 관계 속에서 찾는 거뿐이지.



-2021年8月11日




작가의 이전글 엄마 아빠 사이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