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5년 7개월 후
5년 7개월이 지났다. 요가 시작한지. 시작한 후, 지독한 독감이 걸렸을 때 삼사일 정도 요가를 하지 못했던 적을 빼면, 빠진 날이 없었다. 5년 7개월 동안. 개근상을 줄 만하다. 이렇게 한가지에 오랫동안 열중해 본 것은 물리이외에는 유일하다.
어제, 어느때처럼 새벽에 가서 요가를 하고 있으니,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녀 커플이 들어와 내옆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하는 모습에 바로 느꼈다. 고수들이구나. 5년 7개월이 지나니, 이제 간단한 아사나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얼추 짐작하게 된다. 수리야 나마스카라에서 첫 네가지 동작은 (1) 숨을 들이쉬며 손을 올리고, (2) 내쉬며 허리를 앞으로 굽혀 손을 바닥에 대고, (3) 들이쉬며 머리를 들면서 바닥에 손에 댄 채로 팔을 피고, (4) 내쉬며 두발을 뒤로 가져가며 두팔을 굽혀 팔굽혀펴기에서 팔을 굽힌 상태가 된다...이다. 이때, (2)에서 허리가 앞으로 180도로 굽혀저 상반신 전체가 다리에 포개지거나, (4)에서 먼저 아주 천천히 두발을 위로 최소 머리까지 들어올린 후에 뒤로 가져갈 수 있으면, 고수다. 난, (2)에서 허리가 180도로 굽혀지지만, (4)에서 두발을 천천히 위로 올릴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최소 아쉬탕가요가 고급시리즈 A 전체를 거의 완벽하게 수련하는 수준이다.
역시나, 몸을 푸는 오프닝시퀀스 후에, 남자는 바로 고급시리즈 A를 시작했다. 여자는 중급시리즈를 하기 시작했고. 여자는 카포타사나를 아주 쉽게 한 후, 카란다바사나를 3단계까지 완벽하게 했다. 마지막 단계인 다시 올라오는 동작만 존의 도움을 받았다. 남자는 고급시리즈 A를 거의 완벽하게 했다. 최소 7-8년 동안 수련해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오늘은 오질 않았다. 아마 이곳에 하루 이틀 방문했던 듯 싶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수련하면 좋은 자극이 될텐데..
지난 2주간, 클레이는 허리 부상이 심해 집에서 초급시리즈만 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 드디어 다시 나왔는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 허리가 다치면 대부분 허리를 앞으로 굽히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사실 나도 허리가 삐끗해서 지난 주에 좀 힘들었었다. 허리가 삐끗한 것은, 지지난 주 일요일에 AYC에서 초급시리즈 구령수업을 들으면서였다. 그날, 선생 캐롤앤이 여행중이어서, 비만인 존이 (내 요가선생 존이 아닌) 구령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사실 초급시리즈의 모든 아사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런데 참여정신 혹은 봉사정신이 강해서 요가선생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의 구령수업은 나에겐 맞지 않는다. 첫 아사나인 수리야나마스카라를 너무 빨리 진행시킨다. 요가를 시작할때, 첫 아사나들은 천천히 하면서 밤사이에 굳어진 몸을 서서히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나에겐. 난, 수리야나마스카라을 할때 매우 매우 천천히 그리고 깊숙히 한다. 그런데 구령수업을 들으면 그럴 수가 없고 선생의 구령에 따라가야한다. 그래서였는지, 맨 마지막 쯤에 백밴딩을 할때 좀 깊숙히 하려고 하니, 허리가 삐끗했다. 빌어먹을.. 역시, 자신이 제대로 수련하지 않는 아사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도 없고 가르쳐서는 안돼!.. 라는 생각을 하며 끙끙대며 구령수업을 겨우 마쳤었다.
나도 금년 초에 요가지도자과정을 수료하고 요가선생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이런 자격증은 별 의미가 없구나였다. 요가를 한지 6개월만 되어도 그 과정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러니, 같은 자격증이라도 선생의 자질은 천태만별이다.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춘 선생을 찾으려면, 그 선생 자신이 어떠한 수준의 요가를 수련하고 있는지를 꼭 알아보아야한다.
지난 목요일부터 난 허리가 괜찮아졌었다. 대략 이렇게 1-2주면 허리가 다시 괜찮아진다.. 그런데 클레이는 이번에 허리부상이 오래가고 있다. 빨리 나아지길 기원한다.
허리를 조심하느라, 드롭백/컴백업은 오늘에서야 세번 시도를 했다. 다행히 모두 성공.
카란다바사나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마 내년 여름 전에는 3단계까지는 그런대로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