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 샬롯스빌 버지니아 2

트럼펫을 부는 요기 3

by 요기남호

샬롯스빌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뽑힌 적이 있다. 부유한 미국인들이 은퇴후에 이주해 사는 도시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사계절이 있고, 아름다운 블루리지 산이 가깝고 날씨는 온화하다. 산들은 완만하고 넉넉하다. 주변엔 비옥한 농장이 널려있다. 매주 토요일 시내에는 주위의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져와 파는 장이 선다. 꽤 괜찮은 와이너리 (winery)가 주위의 언덕에 여러개 널려있다. 토마스 제퍼슨에서 비롯된 역사적 전통으로 관광업과 버지니아대학이 제공하는 경제적 안정 그리고 자유주의적 문화환경이 제법 매력적이다. 이글을 다운타운에 나와 쓰고 있다. 나이가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마른 백인남자가 등까지 내려오는 은발의 머리를 하고, 검은 옷과 구두에 빨간 양말을 하고 지나간다. ㅋㅋ 자유롭다.


2020년에 샬롯스빌의 인구는 4만7천명 정도였다. 백인 66퍼센트, 흑인 18퍼센트, 아시아인 7.2퍼센트, 히스패닉/라틴계 5.8퍼센트로 이루어졌다. 나머지는 두 인종간의 혼혈이다. 나의 아이들처럼. 미국 전체 인구중에 백인은 60퍼센트다. 샬롯스빌에는 미국 평균보다 좀더 많은 백인이 사는 셈이다. 난 이방인이다.


샬롯스빌에는 아주 작은 오래된 시내(downtown)가 있다. 다운타운에는 여러개의 맛집 레스토랑과 술집, 헌 책방, 그리고 까페들이 섞여 있다. 밴드들이 매일 이곳 저곳에서 연주를 한다. 거리에서도 홀로 혹은 몇 아마추어들이 연주를 하기도 한다. 몇년후엔 나도 거리에서 트럼펫을 불러제낄 수도 있겠다. 백발에 검은 옷, 구두를 신고, 빨간 양말을 하고서.


나의 집은 교정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에 있다. 학교 연구실 건물에서 2.7 킬로미터 떨어진 주택가다. 처음 이 대학으로 직장을 옮겼을때는 이 도시 외곽에 살았었다. 그런데, 매일 출퇴근 길에 교통체증이 있었다. 그 전에 살던 워싱턴 외곽이나 서울에서의 교통체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것도 귀찮아져, 8여년 전에 학교주위로 이사를 왔다. 난, 게으름이 심하다. 귀차니즘의 화신이다. 그리고 도시인이다. 캠핑보다는 까페에 앉아 멍때리는 걸 더 좋아한다. 귀차니즘과 도시인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소도시의 중심부에 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러면, 게으름을 떨면서도 도시가 주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영위할 수 있다. 대도시의 번잡함이 없이. 집에서 자주 가는 커피숍은 2.7 킬로미터, 다운타운까지는 3.2 킬로미터. 차를 타지 않고 자건거를 타거나 걸어서 이 모든 곳을 어슬렁거리며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샬롯스빌은 진보적이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85.5퍼센트, 트럼프가 12.8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니까, 샬롯스빌은 나같은 이방인이 살면서 요가에 집중할 수 있는 도시의 덕목을 다 갖춘 듯하다. 이방인이니 만날 사람도 별로 없고, 꼭 가야하는 사적, 공적 행사도 별로 없다. 하루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에는 학부프로그램에 요가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내가 학교근처로 이사를 온 후에, 요가에 입문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연 우연과 필연의 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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