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정 고운 정
미네소타에서 유학 중에 서너 명의 제자들이 공부를 하겠다고 와서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장애가 있는 제자들이지만 각자 원하던 전공은 특수체육, 미술, 신학등 다양했다. 그들보다 먼저 미국에 온 나는 그동안 한국에서 못해봤던 휠체어 스포츠를 통해 “통합”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회에 어울려 살고 남들이 하는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미네소타의 겨울은 미국에서 가장 춥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높은 산은 없어도 스키가 모든 사람들의 최애 운동 중에 하나였다. 당연히 장애인 스키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았다.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제자들을 스키 프로그램에 데리고 다녔다. 두 명 모두 두 다리로 스키를 타도록 결정을 했고 열심히 배우며 겨울이 끝나갈 쯤에는 혼자 스키를 타고 뒤로 내려올 수 있게까지 잘 탈 수 있게 되며 매우 좋아했다.
그들은 내가 왜 그렇게 토요일마다 그들을 스키강습에 데리고 다니는지 궁금해했다. 그 친구들은 스키를 타는 것이 미국에서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에 돌아가서 장애로 불편해도 매년 용평스키장을 찾아 배운 대로 혼자 스키를 타고 내려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냥 사람들이 장애인도 독립적으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장애인들과 부모들이 지역사회에 더 많이 그들의 일상생활을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자극적인 뉴스로만 사회에 비치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남과 똑같이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사회가 두 팔을 벌리고 호의적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자주 보여야 장애인과의 위회감도 줄이고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많이 만나는 것이 첫걸음이다.
우리말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사람의 넓은 마음이 느껴지는 말이다. 우군과 아군으로 나누는 세상이 아니라 미워도 좋아도 상호관계를 통해 정이 생기고 서로 돕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말인 것 같다. 만나지 않고 보지 않는데 무슨 대화거리가 있고 정이 생기고 서로 아끼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가? 부모와 자식 간에도 형제자매 간에도 자꾸 오고 가며 만나고 대화를 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처럼 보여주는 첫걸음을 뗀 뒤에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비장애 시민과의 많은 상호교류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교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특수교육 전공자로 학부모와 주일학교 교사들을 위한 강의를 많이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나의 존재를 알기는 했다. 하지만 직접 개인적으로 만나고 교류를 해야 장애를 가진 나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한 권사님의 글이 도착했다.
"장애인과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가정
암 환자와 암환자를 가족으로 둔 가정들 -
요즘은 너무 흔하고 완치가 많이 되지만,
그 가정들이 겪을 아픔, 어려움을 동감한다 하면서
내 가정, 식구는 아니어서 다행이야 하며
내가 불편하면 귀찮아하고 싫어하게 되는 게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능 같아.
언니를 처음 볼 때 휠체어를 봤는데,
대화를 할수록 솔직하고 순수하고 꿈을 갖고 있고
그 꿈을 하나하나 이루고 있는 모습 때문에 언니의 휠체어가 안 보이고
대학생 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다시 보고 싶고 만나고 싶게 하는 언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
언니가 건강해서 늘 꿈을 하나하나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응원할게.
멋있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