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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가남여 Feb 22. 2024

나의 두번째 요가

슬기로운 제주생활

5년전쯤 나의 첫번째 요가가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함덕에 있는 조르다 요가원이였는데 무려 한겨울 새벽 6시타임이였다. 새벽 함덕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뷰가 어찌나 좋은지 요가할 맛이 절로 나는 곳이였다. 하지만 나의 요가는 요가원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하필 요가쌤은 아~주 하드한 사람이였고, 동작을 유지하는 내내... 내면 또다른 자아가 살려달라고 애원도 했다가, 욕도 했다가, 협박도 했다가, 후회도 했다. 요가가 끝나고 나면 온 몸이 후들후들 두들겨 맞은것 같았다. 보통 운동을 심하게 하고 나면 다음날 근육통이 오기 마련인데 조르다 쌤의 요가를 하고 나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온몸이 욱씬욱씬, 후들후들 아주 요란했다. 

이러니 아침에 어찌어찌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매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했고, 요가하는 날은 종일 피곤하고 졸리고 힘들고 아프고 했다. 
 
나는 선생님이 알려주는 거의 모든 자세가 불가능했다. 요가 한다는 사람은 알만한 자세! 특히 뒤로 휘는 부장가, 우스트라(낙타자세), 우르드바 다누라와 같은 고난위 자세를 한 상태에서 열번을 세는데 "하나, 둘, 셋, 넷 "까지 세고, 자세에 대한 설명을 하고, "다섯, 여섯, 일곱"까지 세고 자세가 잘 안되는 수강생 자세도 잡아주고... "여덟, 아홉"까지 세고, 사담도 좀 하고... 그렇게 "열"을 세니 온몸이 달달달 떨리고, 금방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누구라도 들게끔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그만둘것 같았지만, 역시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즈음 이사갈 집과 날짜가 맞지 않아 시골 촌집에 2달정도 살았는데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실내온도가 16도였다. 전기장판을 위에 덮고 잤던거 같다. 이불밖은 위험했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그 새벽에 참 열심히도 일어나서 새벽 찬공기에 몸서리치며 요가원으로 달려갔다. 그만둘때까지 꼬박꼬박 열심히 다녔던것 같다. 


열심히였던 요가를 그만두고 그후로 한참동안 내몸을 아~주 신주단지 모시듯 옴짝달싹하지 않고, 숨만 열심히 쉬면서 일만 했다. 그러다 동네에 체육센터가 생겼고, 요가강습이 카드 할인 받으면 한달에 2만원밖에 안하니 이건 안가도 무조건 등록부터 해야겠다 싶었다.


선생님들마다 스타일이 있는것 같다. 지금 하는 요가 강도가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아 나한테는 잘 맞는것 같다. 사실 내가 무슨 요가 강사할것도 아니고, 뭐한다고 그렇게 고통스럽게 요가를 했나 모르겠다. 물론 그덕에 어려운동작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았고, 어설프긴해도 지금 요가 선생님이 알려주는 동작중에 안되는 동작은 거의 없는것 같다. (여전히 고급자 동작은 어림도 없다.) 그렇게 오랬동안 요가를 안했는데도 부장가나 사르반가 아사나가 어렵지 않음에 좀 놀랍긴 했다. 그렇다고 내가 요가를 잘하는건 절대 아니다.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초보다.


최근에 육지에 왔다 갔다 한다고 몇 주 요가를 못했다. 전에는 며칠만 빠져도 온갖 자괴감에 괴로웠는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조차 없다. 그만큼 요가에 대한 생각이 좀 가벼워졌고, 그래서 더 꾸준히 할 수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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