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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운 Sep 21. 2023

2023년 9월 21일, 생각의 스냅샷들

한편의 글로 완성해내기에는 짧은 생각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봤다.

트위터에나 올려야 할 것 같은 조각글 들이지만 한데 엮어내면 브런치에 올려도 괜찮은 내용이 되지 않을까.


1. 병원

병원의 UX는 엉망이라고 생각한다.

UX는 사용자 경험(User eXerience)의 줄임말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를 의미한다. 최근 몇군데의 병원에 방문했는데 치료받는게 아니라 수리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두가지 예를 들고 싶다.


치과에서 겪은 일이다. 예컨데 사랑니를 뽑을 때에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뭔가가 강하게 뜯겨나가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는데 정상적인 발치 과정의 일부라는 설명을 나중에 들었다. 의사 입장에서야 사랑니 발치는 일상적인 업무일지 몰라도 나같은 환자 입장에서는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알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병원에서 겪은 일이다. 병원 복도를 가득 채울 정도로 이런저런 시술에 대한 광고 배너를 세워두었다. 아마 의료용 소모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서 만들어준 광고물일 것이다. 술집 벽에 진로하이트에서 만들어준 포스터가 붙듯이. 디자인도 형편없는 광고물을 빼곡히 채워놓은 모습에 정신이 산만해졌다. '아, 딴건 모르겠고 돈이나 더 내라고' 라는 메세지처럼 느껴졌다.


2. 노화

늙는다는건 어떤걸까. 최근 조금씩 노화의 기미를 느끼고 있다.

신체 능력이 눈에띄게 저하된다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다. 한나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집중력이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것 같다. 대단치는 않지만 명확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이후의 더 큰 재앙을 암시하는 공포영화의 도입부처럼.


늙는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최근에 대형 병원의 정형외과에 방문했을 때였다. 나를 제외하고는 대기중인 환자들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고령의 노인들었다. 노인 특유의 체취와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몇명은 숨을 쉬는 것 조차 불편한지 호흡을 할 때마다 무언가를 긁는듯한 거친 소리를 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되는걸까? 그렇다면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초등학생 일 때에는 수능을 치루거나 군대에 가는게 평생 오지 않을 일,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언젠가는 나도 늙어서 쇠약해진다는 것도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감성적으로는 여전히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첫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육아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은 많지만 처음 늙은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있는걸까? 온라인 게임을 하고 K-Pop 아이돌을 보며 자란 우리 세대가 늙게 되면 어떤 세상이 될 지 궁금하다.


3. 글 도둑

누군가 내 글을 훔쳐갔다. 놀라운 사실은 본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상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내 글을 가져가서 거기에 생각을 덧붙여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건 환영이다. 내가 쓴 글들도 읽고, 듣고, 경험한 것들 위에 쌓아올린 것이니까. 문제는 본인은 아무런 가치를 더하지 않으면서 내 글을 가져다가 핵심 개념과 표현을 요약하고 자기가 작성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 발견했을때에는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그런 사람들은 어차피 곧 시장에서 도태 될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아무런 대응을 안 할수는 없는 노릇이라 도둑맞은 글이 게시된 플랫폼의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해당 글을 삭제시키려고 한다.


4. 비싸다는건 상대적이다

최근에 옷을 구매했는데, 내가 평소에 사던 가격대보다 비싸게 구매했음에도 만족스럽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사업준비 과정에서 옷 값의 60% 가량의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꽤나 아깝게 느껴지고 지출을 하루라도 늦추거나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오늘, 불행하게도 체험 기간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던 서비스에서 체험 기간이 종료되어 원하지 않던 지출이 발생했다. 옷 값의 30% 가량이었지만 쓸데없는 지출을 했다는 생각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모든것은, 특히 비싸다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판매자로서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고객의 사용 사례에 집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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